[인터뷰] 한상우 부산시 감사위원장 “사후 수습보다는 예방적 감사 시스템 구축이 중요”
부산 첫 감사원 출신 위원장 화제
보고서 양식·조직 인사 개편 단행
“내부 감사·구군 협업 체계 강화”
“전문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려 신뢰를 주는 부산시 감사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한상우(50)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지난 2년 ‘감사 기능의 정상화’에 목표를 뒀다.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업무를 혁신하고, 시 내부 직원들에게 이를 각인시키는 노력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시 첫 감사원 출신 위원장이다.
2021년 9월부터 3년째 부산시 감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한 위원장은 서울 출신이다. 통상 감사원과 지자체 간 인적 교류는 고향 등 출신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례적으로 부산에 지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임 시장 재임 시절 발생한 여러 문제로 부산시의 청렴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를 바로잡는 데 전문성을 갖춘 감사원 출신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감사위원장 임기제 공무원 공모 과정에서 그런 의지를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 때문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며, 내부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감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럼에도 그는 지자체 최초로 감사원 감사보고서 양식을 전면 도입하고 사전컨설팅팀, 도시인프라감사팀 등 새 조직을 갖추고 인사 권한과 예산 증액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겨우 1~2장에 불과한 감사보고서 등 부산시는 20년 전 수준으로 감사를 하고 있었다. 감사 기법, 보고서 작성법 등을 다시 교육해 지금은 수십 장짜리 책자로 감사보고서를 만들고 있고, 단기간에 바뀌기 힘든 이런 변화는 시 공무원의 자정 노력 덕분이었다”면서 “감사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내부 게시판에도 올리고, 감사위원회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조직과 예산, 인사 권한 확보를 꾸준히 요청해 이뤄냈다”고 말했다.
특히 사후 수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제적 감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부산형 리스크 감사’를 도입, 굵직한 현안에 대한 적기 감사를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리스크 감사는 내부 관리를 통해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해 추진하는 예방적 성격의 감사로, 한 위원장은 수년간 논란이 돼온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설 사업 감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올해 초 직제 변경된 도시인프라감사팀을 중심으로 1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56개 대형 공사장에 특정감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페라하우스 감사도 그 일환인데, 특히 누수, 균열 같은 공사 부실은 완공 땐 알 수 없는 문제라 지금이 아니면 적발하기 어려운 부분을 적기에 감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기 지연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히지 못하고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법 선정 논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이미 2021년 9월 진행돼 공법 선정 관련 시공자문위원회가 답을 내라고 결론 낸 상황에다 민간 감리업체의 책임감리제도가 적용된 상황 등 관련 법률과 규정에 근거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또 부산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 감사보다 내부 감사를 통해 자체 해결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남은 임기 1년 동안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내부 문제가 많아졌는데 이는 사안이 공정하게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하고, 그래서 고무적이다”면서 “공익제보, 청렴소리함 등에 QR 코드를 적용해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이달 말에는 공공건설부패 신고센터를 개설,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구·군청이 자체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분야별 특정감사로 전환해 자체 감사가 원활히 이뤄지는 구·군은 감사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방식으로 협업 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