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월드 클래스] 북유럽 물가 비싸냐고요?
국제팀장
지난해 9월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이케아(IKEA)는 대표 메뉴인 핫도그 가격을 5크로나에서 7크로나로 올리려다 결국 방침을 철회했다. 2크로나면 한화로 240원 정도였지만 소비자 반발이 워낙 거셌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인플레이션도 세계적인 흐름이니 ‘물가 인상’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법도 한데 스웨덴 소비자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이케아가 이후 소비자 반발을 받아들여 결국 인상 방침을 철회한 사실도 놀라웠다. 기자는 이 일을 스웨덴에서는 소비자 주권이 살아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이해했다. 연수를 위해 스웨덴에서 1년을 살면서 비슷한 일들을 더러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스웨덴에서 막 돌아와 한국 마트에 다시 간 날, 작은 통에 든 고추장을 사려다 깜짝 놀랐다. 귀국 전 마지막 여행지였던 런던의 한인마트보다 가격이 비쌌다. 고추장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년간 수많은 생필품 물가가 사정없이 올라 있어 장바구니에 담을 것이 없었다. 국내산 당근 1개 값이 2000원, 수박 한 통이 3만~4만 원 하는 걸 보고는 빈 장바구니를 놓고 돌아섰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물가였다.
귀국 후 다들 하나같이 해오는 질문이 있다. “북유럽 물가 비싸지 않았어요?” 5년 전 스웨덴 여행 후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아니다.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고 답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더 비싸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마트는 물론이고, 커피 밥값 등 외식 물가와 다른 서비스 가격도 체감하기론 그렇다.
스웨덴도 한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기사가 연일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채소와 과일 등에 붙은 세금이 감면되면서 폭등세가 꺾였다. 감자 1kg를 넘게 사도 1000~2000원 정도면 충분했고, 양파도 마찬가지였다. 당근을 봉지 한가득 사도 2000~3000원 정도면 충분했다. 유제품과 빵 그리고 생필품 종류는 대부분 저렴했다. 장바구니 두 개를 가득 담아 장을 보고서도 4만~5만 원 정도면 충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 온 다음 날 마트에서 ‘서민은 어떻게 살라는 거지’라는 의문부터 든 이유다.
수년 전부터 〈서일본신문〉에서 〈부산일보〉로 파견 오는 일본 기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 물가가 너무 높아져서 일본 월급을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기 힘들다. 한국에 오고 싶어하지만 물가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기도 한다.”
어쩌다 한국은 북유럽보다도 물가가 비싼 나라가 됐을까.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 기능이 작동하고 있긴 한 걸까. 그동안 소비자가 너무 온순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