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짝퉁 카페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짝퉁’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와 있을 만큼 일상에 깊이 스며든 용어다. 태생적으로 은밀하고 값싼 싸구려의 느낌을 지닌 짝퉁은 우아하고 값비싼 명품인 정품의 존재를 자신의 근거로 삼는다. 정품이 있어야 짝퉁도 있는 셈이다. 짝퉁 하나 없는 정품은 진정한 명품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는 것을 보면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짝퉁을 만들어 파는 일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많은 정력과 시간을 들인 정품의 명성에 기대어 사는 기생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정품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면서 그 시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짝퉁은 기생성으로 인해 ‘박멸’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은밀히 자신의 내성을 키워간다.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짝퉁의 내성 강화에 언제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준다. 짝퉁과 인간 욕망의 공생 관계가 파탄으로 끝나지 않는 한, 짝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이 때문인지 짝퉁의 성행이 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준다는 논문도 나온 적이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리드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발킨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인데, 짝퉁 사용자의 증가가 정품의 가치를 높여 나중에 정품의 구매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정말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정품 소유의 열망이 짝퉁을 있게 하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끈질긴 짝퉁의 존재에 맞서 이를 없애려는 제도권의 칼날도 갈수록 더 번득인다. 최근 부산 기장군의 유명 카페를 모방해 만든 울산의 한 카페에 대해 법원이 내린 전면 철거 명령이 화제다. 이 판결은 건축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철거 명령이 내려진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이미 많은 돈이 투입돼 완공된 건물을 법원이 설마 어찌하랴 싶었지만, 법원은 5000만 원의 배상금과 함께 철거 명령을 내렸다. 다소 안이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울산 건축주에겐 날벼락이다. 약 4년간이나 이어진 긴 소송 기간을 보건대, 재판부도 많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판결로 해당 짝퉁 건물은 철퇴를 맞았지만, 현실에선 짝퉁의 출현이 유·무형의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제는 뉴스나 정치와 같은 분야에도 짝퉁의 그림자가 설쳐 댄다. 문제는 가공할 짝퉁을 오직 법적 제재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딜레마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