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없던 졸업생들의 애틋한 후배 사랑, 나눔으로 결실[고맙습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선배님!] 해운대고 총동창회 장학재단
1~3기 학생 때 선배 없어 아쉬움
모교 학생에게 1500만 원 전달
“해운대구 내 교육 격차도 문제”
코로나19가 매섭게 덮친 이후 청소년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공교육이 멈추고 비대면 수업이 보편화 되면서 또래 친구와 관계를 맺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교육 공백은 가정에서 해결해야 했다. 소득 수준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교육의 양극화는 심해졌고 여파는 지속됐다. 교육 소외 계층 지원 확대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모교 후배들의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부산 해운대고 선배들이 뭉쳤다. 지난 16일 해운대고 총동창회 장학재단(이하 장학재단)은 초록우산과 〈부산일보〉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모교 지원 프로젝트, ‘고맙습니다, 선배님!’ 캠페인의 여섯 번째 주자로 나섰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해운대고가 선별한 모교 학생에게 장학금 총 1500만 원을 전달했다.
해운대고 선배들의 후배를 향한 마음은 애틋하다. 올해 개교 44년을 맞이한 해운대고는 100년 가까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다른 고등학교와 달리, 상대적으로 학교 문을 연 지 오래되지 않았다. 총동창회 장학재단 주축인 해운대고 1~3기 졸업생들은 입학 당시 학교 생활에 대해 조언해주고 함께 지낼 선배가 없어 설움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또래 동료들이 사회에서 모교 선배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할 때, 애써 고개를 돌려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장학재단 송윤한 이사장은 “해운대고 1기는 당시 다른 학교들과 달리 선배들이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선배가 없던 졸업생들은 나중에 생길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고 한다.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모교 후배들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학교를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후원과 참여로 모교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해운대고 1기 졸업생인 총동창회 임원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모교 후배들을 위해 꾸준히 장학금을 전달하고 후원했다. 총동창회의 지속적인 모교 사랑 실천으로, 2018년에는 모교 장학재단 설립까지 이르렀다. 나눔을 실천하는 새로운 전통과 문화의 꽃을 피웠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해운대고 전통의 연장선이다. 부산은 동고서저 형태로 기운 지역 간 교육 격차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같은 구 안에서의 격차, 가구 소득에 따른 격차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었다. 동부산인 해운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해운대구 안에서도 소득에 따른 격차가 커, 여건상 교육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선배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장학재단은 초록우산 캠페인 참여에 공감하고 지역 사회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에 한뜻으로 동참했다.
송 이사장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이 고민없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각자 다른 자질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은 그들의 다양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며 “교육 격차가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교육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장학재단은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대표 장학 사업 모델로 도약하길 꿈꾼다. 모교 사랑을 물려받은 후배들도 졸업 후, 해운대고, 나아가 해운대구와 부산이라는 큰 지역에서 사회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 이사장은 “청소년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록우산을 통한 장학금 전달은 일련의 행동에 대한 시작”이라며 “해운대고를 넘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해운대고 총동창회 장학재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