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만에 수위 4배 상승… 대응 속도보다 수해 더 빨랐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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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실종 여성 수색 이틀째
차단기 내려져 우회로 찾다 봉변
게릴라성 호우에 0.55→2.13m
도심하천 통제 매뉴얼 강화 시급

21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산책로 일대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불어 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1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산책로 일대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불어 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도심하천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게릴라성 호우가 잦아져 예측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별 통제 매뉴얼 강화와 시민이 위기 상황에 직면할 때 대피할 수 있는 시설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 48분 부산 금정구 부곡동 온천천에서 “여성이 물에 빠져 기둥을 붙잡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 여성은 갑자기 쏟아진 비에 하천물이 불어나 목까지 물이 차올랐고 기둥을 붙잡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은 여성의 최초 실종 장소인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인근에서부터 온천천 하류가 연결되는 수영강 입구까지 5.3km 구간을 4곳으로 나눠 수색작업 중이다. 실종된 여성은 50대로 금정구 부곡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호선 온천장역 인근 CCTV 확인 결과, 이 여성은 5시 40분께 온천천 산책로를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출입로에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다른 우회로를 찾아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단기는 도시철도 개찰구 높이 정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이날 오후 5시 56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구조 준비작업을 하는 과정에 여성이 잡고 있던 기둥에서 손을 놓치며 강물에 떠내려가 구조하지 못했다. 여성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시각은 소방 도착 5분 뒤인 오후 6시 1분이다.


21일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사이 수영강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불어 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1일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사이 수영강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불어 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소방은 실종자가 발견된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진입로는 약 17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곧바로 진입하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물살이 세 하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로프를 이용해 기둥과 소방대원의 몸을 묶고 실종자를 구하려는 도중에 휩쓸려갔다”고 밝혔다.

갑작스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하천 수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산에는 오후 4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로 금정구에는 시간당 35mm 정도의 비가 내렸다. 금정구청에 따르면 오후 5시 6분부터 온천천 산책로 출입 금지 안내 방송을 20회 가량 실시했다. 이후 30분께 자동원격출입 기계로 관내 온천천 39개 진출입로 통제를 완료했다.

구청이 자동원격출입 차단 시설을 통해 온천천 산책로 출입을 통제했던 오후 5시 30분께 온천장역 북측의 하천 수위는 0.55m였지만 신고가 접수된 오후 5시 48분 하천 수위는 1.25m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여성이 강물에 휩쓸린 오후 6시 1분 하천 수위는 1.83m였고 이후 오후 6시 14분 하천 수위는 2.13m를 기록했다. 불과 40여 분 만에 4배 가까이 하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최근 게릴라성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기상 예측과 달리 하천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기초지자체별 대응 매뉴얼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별 하천변 산책로 통제 기준은 명확히 없고 대체로 관제실에서 하천 수위를 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갑작스레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 대응이 늦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민이 스스로 대피할 수 있는 시설 설치 필요성도 제기된다. 온천천 일대에는 진출입로 말고 위급 상황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대피 사다리와 난간은 없었다. 비상대피시설은 하천변에 계단 또는 사다리를 설치해 하천이 급격히 범람하는 등 유사시에 밖으로 대피할 수 있는 장치다. 여성이 실종된 지점은 하천 양쪽에 녹지공간이 없는 높이 5~6m 벽으로 쉽게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부산경상대 소방행정안전관리과 김만규 교수는 “온천천처럼 비가 올 때마다 자주 하천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곳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시민이 대피할 수 있는 사다리와 같은 안전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앞으로 게릴라성 호우가 많이 와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비가 예보되면 시민 스스로 하천변 산책로를 진입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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