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 황금어장에 또 해상풍력?…‘3번째 허가 신청’ 어민들 단단히 뿔났다
아이에스동서 발전용량 340MW 신청
육지 풍황계측기 설치 꼼수 ‘어민 배제’
일대 이미 허가·검토 사업장만 3곳
어선업계 “생태계 훼손” 실력행사 방침
“그 정도 했으면 그만할 때도 된 듯한데 그렇게 안 된다고 해도 또 한다네요. 이젠 정말 못 참겠습니다.”
경남 남해안 어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지역 수산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통영 욕지도 인근 황금어장 내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또 하나 신청됐다. 이번에도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어민들 뜻은 묵살됐다. 성난 어민들은 해상시위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4일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 욕지도 서측 해역(본섬~구돌서 사이)을 대상으로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신청이 접수됐다. 사업자는 부산 중견기업인 아이에스동서(주)다. 계획 면적 21.93㎡에 발전 용량 340MW로 밑그림을 그렸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장 3400여 개를 펼친 크기다.
이를 포함해 당장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이다.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된다. 욕지도 주변은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최적지다.
2019년 뷔나에너지(옛 욕지풍력)가 욕지도 서쪽 8km 해상(구돌서 일원)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32㎢에 14~17MW급 풍력발전기 27개를 세운다. 2021년 6월엔 현대건설(주)이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 47㎢에 8MW급 발전기 28기를 꽂겠다며 허가를 득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주)도 욕지도 남쪽 해상(갈도~좌사리도 일원) 풍황계측을 완료하고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일대가 경남 어선업계 최대 조업지라는 점에서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욕지도 인근은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으로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이다. 이 때문에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인근 해역 대부분이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발전기 설치·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허술한 허가 요건과 정부의 형식적인 심사가 무분별한 해상풍력사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주요 국가는 어업활동 등 해역이용현황과 해양환경을 종합 고려해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면 어민과 협의를 거친 후 사업자를 정한다. 반면 국내에선 민간사업자가 입지 발굴부터 전 과정을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인허가 여부만을 판단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풍황계측지점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맹점을 악용해 해상풍력임에도 바다가 아닌 좌사리도 남쪽 끝단 등대섬에 계측기를 설치하는 꼼수를 부렸다. 허가 심의기구인 전기위원회가 수용성 확보에 주목하자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어민은 배제한 채 욕지도 주민 동의서만 받아 신청서에 첨부했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이를 ‘주민수용성’ 근거로 인정해 사업을 허가했다. 이번에 신청서를 낸 아이에스동서도 이를 그대로 악용했다.
정부는 뒤늦게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을 공언했고, 산업부는 최근에야 무분별한 해상풍력 사업을 제한할 특별법 마련에 나섰다. 허가 요거를 대폭 강화하면서 국가 주도 계획입지를 전면 도입하고, 민간이 추진하는 신규 개별 사업은 금지하는 게 골자다.
어민들은 이미 허가된 사업을 대상으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 최필종 회장은 “해상풍력은 어민 생존권을 강제로 박탈하는 중대한 위협”이라며 “어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관철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