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세계 최저 출생률 국가가 아직도 아기 수출 대국?” [코리아 리포트]
NYT, 한국 입양 쓰린 과거 조명
“외국인 혐오·혼혈 편견 탓 시작”
해외 ‘우편 주문 아기’ 지칭 여전
2년 전까지도 세계 4위 송출국
외신들이 ‘아기 수출국’ ‘우편 주문 아기’라는 오명을 남긴 한국 해외 입양의 쓰라린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했다. 강압과 뇌물, 문서 위조, 부실 행정 등으로 얼룩진 불법 입양은 지난해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프랑스 감독의 영화 ‘리턴 투 서울’(Return To Seoul)이 올해 한국은 물론 프랑스, 벨기에, 독일, 캄보디아, 카타르 등에서 개봉하면서 한국 아동 입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편견 탓 혼혈아 해외 내몰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세계 최다 ‘아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남긴 한국 해외 입양의 과거와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조명했다. NYT는 “한국은 세계 최대 해외 입양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국에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를 가지고 있다”며 1953년 이래 20만 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아기 수출 사업’이 뿌리 깊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일민주의(한백성주의) 이념이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의 혼혈아를 미국으로 떠나보내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국 최대 입양기관 홀트의 부청하 씨가 처음 수행한 업무 역시 미군기지 인근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게 혼혈 자녀의 해외 입양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NYT는 1970년대 들어 한국이 해외 입양 중단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민과 민간 외교를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해외 입양 산업을 복구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1985년 한국 아기 8837명이 해외로 입양됐고, 입양기관은 아기 1명당 입양비 1450달러에 항공료, 3000~4000달러의 수수료까지 받았다.
인도 위온뉴스(Wionnews) 또한 18일 “한국 정부의 국내 입양 활성화 노력에도 한국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입양을 꺼려 많은 아이가 해외로 보내져야 했다. 전쟁 이후 고아, 유기 또는 장애 아동을 위한 급속한 해외 입양이 추진됐고 본의 아니게 영리를 추구하는 입양업체들이 입양 대상 아동 수를 늘리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은폐하는 등의 뿌리 깊은 업계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세계 4위 해외 입양국
일본 재팬타임스도 지난 18일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 고통스러운 과거 직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1987년생 미아 리 소렌슨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재팬타임스는 “소렌슨 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았을 때 그들(친부모)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진통 중에 의식을 잃었으며, 그녀가 깨어났을 때 병원에서는 아기가 사망했다고 말했다”며 당시 한국 사회에서 이뤄진 불법 입양의 단면을 조명했다.
소렌슨은 한국의 입양에 대해 “인신매매와 같다”며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일을 겪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팬타임스는 “한국의 해외 입양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겪고 있는 나라임에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2021년 최고의 해외 입양국가는 콜롬비아, 인도, 우크라이나, 한국이었다”며 한국의 대규모 해외 입양이 현재진행형임을 꼬집었다.
NYT 또한 국제 언론들은 한국을 ‘아기 수출국’ ‘우편 주문 아기’ 등으로 지칭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NYT는 “한국은 해외 입양 한국인들의 성공담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최근 몇 년간 귀국한 사람들(입양인)은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더해 NYT는 한국이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는 데 집착하지만, 정작 뼈아픈 입양의 역사를 인정하는 데 있어선 실패했다는 한국계 입양인 진 메이어슨의 지적도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