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겹치기 중계,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한수 기자의 여기는 항저우]
국내 방송사들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 ‘겹치기 중계’가 다시 한번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이 일부 인기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생방송을 편성하면서 타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 지난 24일 △근대5종 △태권도(품새) △펜싱에서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각 종목 선수들은 너나없이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값진 성과를 거뒀다.
근대5종 전웅태와 이지훈은 남자 개인전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펜싱 여자 에페 최인정과 송세라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에 동반 결승에 진출하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은 이들의 경기 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볼 수 없었다. 근대5종과 태권도 경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중계 종목에 포함하지 않아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펜싱은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중계에 나섰지만, 국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해서 중계되지 않았다.
한국 선수 간의 펜싱 여자 에페 결승전이 진행된 시간, 우리나라 가정의 TV에서는 바레인을 상대로 진행된 남자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중계됐다.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 1곳(TV조선)은 일제히 축구 중계에 몰두했다. 유료 케이블 채널(SPOTV NOW) 한 곳에서 펜싱 중계를 했지만, 별도의 해설은 하지 않았다.
국내 방송사들의 인기 종목 편중 중계는 앞서 열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사들의 편중 중계 행태는 각 사의 광고 수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종목을 시청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당연히 불만도 커질 대로 커져 있다.
조직위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중계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방송사가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중계를 하기도 한다. 대규모 제작 인원을 현지에 파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건은 일부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시청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느냐일 것이다. “방송사들이 중계를 안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근대5종 선수의 씁쓸한 수상 소감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