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엄마, 폰 고장났어” 자녀사칭 피싱으로 63억 가로챈 일당 검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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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접속앱 설치 유도… 대출·보험 해지 수억 인출
도박사이트서 자금세탁후 베트남서 최종 인출 수법

피해자들에게 자녀를 사칭해 메시지피싱으로 155명에게 63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실제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 부산경찰청 제공 피해자들에게 자녀를 사칭해 메시지피싱으로 155명에게 63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실제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 부산경찰청 제공

올해 3월 피해자 A 씨는 “엄마, 핸드폰 떨어뜨렸더니 터치가 안 돼. 수리 맡기고 파손보험 신청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A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문자에 적힌 링크를 클릭했고,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원격접속앱이 설치됐다. 이후 은행대출과 보험이 해지됐고 3억900만 원이 사라졌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올해 6월 “엄마, 액정이 깨졌어. 핸드폰 보험처리하는데 컴퓨터로 하려니 폰인증을 못 받겠네. 엄마폰으로 먼저 인증받아서 보험처리할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B 씨 역시 의심 없이 원격접속앱을 설치했고 주민등록증, 통장, 체크카드 사본 등으로 인증까지 받았다. 결국 B 씨의 예금 1억900만 원이 증발하고 말았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자녀사칭 메신저피싱 사기 범행을 벌인 혐의로 국내 총책 등 일당 27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대포유심이나 계좌를 제공한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해외로 도피한 4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녀사칭 메신저피싱 수법으로 피해자 155명에게 63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32대, 대포유심·계좌 121개를 압수하고 범죄수익 7억 5000만 원을 환수했다.


경찰이 자녀사칭 메시지피싱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이 자녀사칭 메시지피싱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 부산경찰청 제공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은 돈을 도박사이트 입금계좌로 이체한 뒤 제3자 명의로 환급받아 베트남에서 최종 인출하는 신종 자금세탁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불법 도박사이트 300곳에 회원으로 무단 가입하거나 대포계좌 148개를 도박금 환전계좌로 등록해 이용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신고해도 금융기관이 불법 도박사이트 입금 계좌만 지급정지 시킬 수 있을 뿐 피해자 돈은 이들 일당의 수중으로 들어간 뒤였다.

부산경찰청은 “자녀를 사칭한 메시지를 받을 경우 반드시 직접 전화로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모르는 문자에 포함된 URL 주소를 클릭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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