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선으로 드러낸 내면의 어둠과 밝음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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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렬 개인전 ‘조금 밝게 조금 어둡게’
10월 10일까지 부산 데이트갤러리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 결합한 작업
낯설게 다가가는, 질문 던지는 작품

윤상렬 작가 개인전 '조금 밝게 조금 어둡게' 전시장 전경. 오금아 기자 윤상렬 작가 개인전 '조금 밝게 조금 어둡게' 전시장 전경. 오금아 기자

선을 쌓아 세계를 만든다.

윤상렬 작가는 세밀하게 계산한 선의 연속성과 깊이감으로 환영을 만들어낸다. 윤 작가 개인전 ‘조금 밝게 조금 어둡게’가 부산 해운대구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진행된다.

윤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를 결합한다. “안에는 종이에 샤프심으로 드로잉한 것이 있고 밖에는 아크릴 매체에 디지털 프린팅을 한 것이 있습니다.” 윤 작가는 디지털 작업의 선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선 값이 있어 각 선의 농담이 다 틀리다”고 밝혔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그 선들 사이에 높낮이가 있고, 미세하게 덩어리도 있습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내가 의도하지 않는 느낌이 나옵니다.”

윤상렬 'A little brighter A little darker DC(D-3)'. 데이트갤러리 제공 윤상렬 'A little brighter A little darker DC(D-3)'. 데이트갤러리 제공

중첩된 선의 이미지 때문에 레이어가 여러 개 있는 것 같지만 윤 작가는 두 개의 층만 존재한다고 했다. “작업을 연구한 10여 년의 시간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보이는 결과물은 평면 작업이지만,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축한 작업입니다.” 작가는 작품 안에 존재하는 어둠과 밝음은 사람에게 밝고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덧붙였다. 선은 큰 덩어리가 되기도 하고 번뜩이는 섬광이 되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양한 색의 선이 보인다. 윤 작가는 블랙의 작업 안에 다양한 색을 숨겨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샤프 심을 가지고 놀았다고 했다. “섬세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작품 소재를 샤프 심으로 정하고 직접 붙이는 작업도 하고 드로잉 작업도 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지금과 같은 작업으로 발전시켰다는 작가는 샤프 심 긋는 도구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아날로그 선은 직선처럼 보이지만 약간의 떨림이 있습니다. 선 하나로는 알 수 없지만 수십만 개의 선을 긋다 보면 사람 성징에 따라 농담도 틀려집니다.” 작가는 이것을 ‘감정적인 파장’이라고 설명했다. “작업 방식을 통해 내밀한 나의 것(세계)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상렬 'A little brighter A little darker DC(C-3)'. 데이트갤러리 제공 윤상렬 'A little brighter A little darker DC(C-3)'. 데이트갤러리 제공

최근 윤 작가는 전시 제목에 ‘조금’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절대 둘 다를 뛰어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뛰어 넘으면 큰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제 작품이 낯설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자꾸 질문을 던지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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