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AG, 쎄쎄쎄, 추석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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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재미난 장면이 포착됐다. 26일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맞붙은 세팍타크로 경기. 선취점을 따낸 남자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양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영판 우리 아이들 놀이 ‘쎄쎄쎄’가 아닌가. 한국 팀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종목에 출전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그랬다. 점수를 따거나 결의를 다질 때마다 유사한 세리모니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공중 발차기 기술은 마치 소림무술처럼 화려하지만, 이 제스처만큼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

문득 어린 시절의 놀이 ‘쎄쎄쎄’를 떠올려 본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즐겼던 듯한데,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손바닥과 손등을 부딪치며 구호와 장단을 맞춘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로 시작해 ‘가위바위보’로 끝나는 노래와 함께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이긴 사람은 그 뒷덜미에 손끝 하나를 짚었다. 그러곤 “어느 손가락인지 맞혀 봐” 하고 깔깔거렸던 기억. 한국인 귀에 익숙한 이 노래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2020년 한국민속학회는 ‘쎄쎄쎄’ 놀이가 일본의 손뼉치기 놀이에서 부르는 노래와 선율적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쎄쎄쎄’가 각종 노래나 놀이를 시작할 때 장단을 맞추려는 자연발생적 언어가 아닐까 하는 반론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소리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유사한 놀이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앞부분이 일본말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쎄쎄쎄’는 물론 고무줄놀이와 비석치기는 아프리카·남미에서도 발견된다. 문화의 전파가 쉽지 않은 대륙 사이에서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올까. 문화는 상호침투를 기본 속성으로 한다. 아주 옛날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문화는 서로 섞이고 얽혔을 것이다.

여하튼 내일은 추석이다. 우리 조상들은 윷놀이, 제기차기, 강강술래, 줄다리기 등을 하며 명절을 즐겼다. 전통 놀이가 현대에도 능히 통할 국제적 콘텐츠라는 건 이미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증명된 바 있다. 때마침 부산 곳곳에서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딱지치기 같은 다양한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부산과학관,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정관박물관, 송도해상케이블카 스카이파크 광장, 기장 롯데월드 등등. 모처럼의 황금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기회다. 아참, 항저우 AG에서 선전 중인 한국 대표팀 경기도 연휴 내내 펼쳐진다. 〈부산일보〉 독자님들, 복된 한가위 맞으시길.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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