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번 추석엔 '감사 인사 챌린지' 어때요?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태우 디지털미디어부장

현대차 절도·기절 놀이·교사 폭행하기 등
반사회적 SNS 챌린지 전 세계 10대에 유행
‘스마트폰 과의존’ 한국 청소년도 모방 우려
양질 콘텐츠 지속 공급으로 폐해 막아야

미국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때 아닌 소송에 휘말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표적으로 한 차량 절도가 급증하고 있고, 도난 차량을 이용한 2차 범죄와 난폭 운전, 교통 사망사고 등 관련 폐해도 만연하다고 한다. 현대·기아차 구형 모델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해당 도난 방지장치의 설치는 의무 사항은 아니어서 2021년 11월 이전 생산된 현대·기아차량에는 이 장치가 없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현대·기아 차량을 훔치고 이를 인증하는 동영상을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속칭 '현대·기아차 챌린지'가 유행했고, 미국 10대들 사이에 모방 범죄가 급증했다.

이에 뉴욕, 클리블랜드 등 미국 내 17개 시 당국은 도난 방지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이 같은 범죄를 조장 내지는 방치했다며 지난 6월 현대·기아차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들이 차량을 훔친 범죄자나 범죄 예방에 실패한 치안당국 대신 제품을 만든 한국 기업에 엉뚱하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인데, 정작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집 현관에 배달된 택배가 도난당하면 아마존을 비난하느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범죄나 친구 괴롭히기, 자해 같은 각종 반사회적 행위가 SNS를 기반으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10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유럽에서는 얼굴을 꼬집어서 일부러 흉터를 만들어 프랑스 폭력배의 거친 모습을 따라하는 자해 행위가 ‘프렌치 흉터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위험천만한 ‘기절놀이’도 ‘블랙아웃(의식 상실) 챌린지’라는 명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환각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숨을 참는 것인데 올해 1월 아르헨티나의 12세 소녀가 틱톡 라이브 영상을 켜놓고 이 챌린지에 나섰다가 숨지는 등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20명의 청소년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새삼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교권 침해 문제도 ‘SNS 챌린지’에 올라타면 최악의 양상으로 치닫는다. 미국에서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짜고짜 교사를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장면을 틱톡에 올리는 이른바 ‘선생님 때리기 챌린지’까지 유행하며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오죽하면 지난 7월 200곳에 달하는 미국의 지역 교육청들이 SNS가 교내 질서를 무너뜨리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틱톡과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최고 스마트폰 보급률에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이 같은 ‘막장 챌린지’가 위험 수위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전세계적인 K팝 열풍을 타고 K팝 안무 동작을 따라하는 ‘댄스 챌린지’가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탕후루 ASMR’ 같은 먹방 챌린지도 음식의 종류를 바꿔가며 꾸준한 인기다. 부모들 입장에서야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과 무비판적 유행 따라하기가 우려스럽겠지만, 그래도 자녀들이 반사회적 콘텐츠에 탐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유례없는 6일 간의 긴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추석에는 둥근 보름달처럼 밝고 넉넉한 마음으로 소중한 가족이나 평소 고마웠던 이웃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챌린지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방’을 찍어보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랜덤 댄스 챌린지’에 도전해 카톡 친구들과 공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평소 고생하시는 경비원 어르신에게 작은 명절 선물을 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공익광고 같은 관 주도 캠페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나 유튜버 스타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먼저 판을 깔고 팬들이 호응하면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트렌디한 챌린지가 이어질 듯도 하다. 부모들도 이번 연휴동안만은 반목과 혐오를 부추기는 극단적 정치 유튜브는 좀 멀리하고, 영상 챌린지로 자녀 세대와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학에 ‘악화(실질적인 가치가 낮은 저질의 돈)가 양화(좋은 돈)를 구축한다’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악화를 발본색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화를 지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나쁜 콘텐츠는 좋은 콘텐츠로 막아야 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