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사키 기자의 눈] 부산 곳곳서 일본 열풍… 한일 시민 연대 구축 계기 되길
이와사키 사야카 서일본신문 기자
부산에 온 지 반년이 돼 가고 있다. 이웃나라라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1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이 그리울 줄 알았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곳곳에서 일본을 느낄 수 있어 그렇다. 부산 시내 번화가를 걸으면 곳곳에서 일본 가요가 들려온다. ‘아사히 맥주 있습니다’ ‘이자카야’ 등 일본어로 된 간판을 내건 일식집이 밀집해 있고 일본 생맥주와 위스키를 한 손에 들고 닭꼬치와 완두콩 등을 맛보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일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부산에 교환기자로 오기 전 한국을 여행한 것은 2019년.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던 때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본인 출입금지’ 벽보를 내건 음식점도 있었다. 그로부터 4년.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을 거쳐 한국에 ‘일본 열풍’이 올 줄 몰랐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의하면, 지난달 방일한 한국인 관광객은 약 56만 9100명으로, 코로나 전 2019년 동월에 비해 84.3%가 증가해 관계 악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8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한국발 일본행 항공권 예매율은 90%가 넘는다. 30대 한국 남성 직장인에게 일본 열풍의 배경을 물으면 “교류사이트(SNS)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문화교류 영향이 크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리서치가 7월 실시한 주변 5개국(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2위. 100도를 만점으로 했을 때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37.2도로,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18~29세의 호감도가 가장 높아 43.9도였다. 남성들은 “서로의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돼 정말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솔직히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문제로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되면서 4년 전처럼 ‘노 재팬’(NO JAPAN) 현상이 반복될까 걱정했다. 한국 어업인과 시민들을 취재했을 때 그들은 분노했고 일본에 대한 불신을 언급했다. 하지만, 8월 오염수 방류 이후에도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고, 거리를 걸어도 일본 붐의 그늘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인인 40대 한국인 남성 직장인은 “한국은 정권의 움직임에 따라 국민 감정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현 정권에서는 그런 영향도 적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유행의 변화가 빠른 한국. 이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한일 간에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풀린 것은 틀림없다. 지금이야말로 이 붐을 일시적인 것이 아닌, 정권이 교체돼도 흔들리지 않는 시민 수준의 강한 연계로 구축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