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수변공원 상인들 “금주구역 되면서 생존권 잃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횟집·편의점 등 폐업 줄 이어
비상대책위 꾸려 영업난 호소
수영구청, 반발에도 유지키로
“관광객 위한 프로젝트 준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지난 7월 1일부터 금주 구역으로 바뀐 이후 인근 회센터와 상가 상인들은 영업난을 호소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영구청은 클래식과 트로트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상권의 활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상인들은 당장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구청의 상권 활성화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 26일 오후 9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회센터 등 상가가 한꺼번에 없어진 수변공원 앞 골목은 어두웠다. 분식 등 간단한 안주를 팔던 슈퍼가 사라졌으며 길 건너 상가 1층 편의점도 문을 닫았다. 폐업한 횟집에는 임대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으며 그나마 영업 중인 회센터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27일 오전 10시께 영업난을 호소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상인들은 강성태 수영구청장과의 면담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금주구역 지정 이후 10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으며 민락수변공원 일대가 순식간에 침체됐다. 이들은 대부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임차 점포로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훈자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도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영구청은 민락수변공원 일대 상권 회복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15분부터 수변N버스킹 행사를 진행했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15분부터는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금요일과 토요일 모두 오후 4시부터 ‘마켓 인 수영’ 플리마켓 행사를 개최하는 등 총 1억 1969만 원의 예산을 들여 민락수변공원 일대에서 5개의 행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상인들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였던 민락수변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해 활기를 잃자 다시 예산을 들여 활성화에 나선 수영구청의 행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청이 지난해 금주공원 지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근 상권에 미칠 여파를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상권 침체를 염려하는 상인과 직접적인 의논 한 번 없다가 이제 와서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말은 ‘병 주고 약 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센터에서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김호철(59) 씨는 “오늘도 두 팀의 손님밖에 오지 않는 등 매출이 90% 이상 줄어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15시간을 근무해도 관리비도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며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였던 민락수변공원의 매력을 없애버린 건 수영구청의 실수”라고 밝혔다. 김 씨는 “지금 민락수변공원 활성화에 사용되는 예산을 진작에 공원 환경 정비에 사용했더라면 쓰레기로 인한 민원도 없애고 상인들과도 공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수영구청은 상인들의 반발에도 민락수변공원을 계속해서 금주구역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실내 흡연 문화가 점차 사라졌듯이 공공장소 음주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인근 상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엔 지금보다 더 큰 프로젝트로 민락수변공원을 관광객이 사계절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