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부터 따지는 기업 생리 대신 협업” … 부산 창업 생태계 ‘희망가’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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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타트업 설문조사 결과
선후배 기업 협업 가치 돋보여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드 부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드 부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처음에 창업을 할 때 빨리 성장해서 서울로 가자.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동남권협의회에서 지역 창업 선배 기업을 보면 본사가 부산에 있고 필요할 때 서울을 오가며 일정을 소화하더라고요.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저희 같은 초기 기업에게도 울림을 줬습니다.”

컨설팅 기업 메타기획컨설팅의 보고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사회적 임팩트 리서치: 코스포 동남권협의회를 중심으로’에 나오는 한 부산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메카기획컨설팅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 심층 면접을 거쳐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부산일보〉가 입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 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은 “리서치를 하면서 놀랐던 점은 보통 협의체가 자기 기관의 이익이나 구성원의 이익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익집단의 경향이 강한데, 부산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선배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에게 우선 손을 내미는 방식의 활동이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의 ‘탑 다운’ 방식이 아닌,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조직의 형태로 구성되어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바텀 업’ 방식 커뮤니티로 형성됐다.

코스포 동남권협의회는 2019년 2월 부산에 본사를 둔 30여 개 스타트업이 모여 부산 협의회로 출범했다. 이후 경남과 울산 스타트업을 포함해 동남권협의회로 저변을 넓혔고, 활동 약 5년 만인 지난 12일 모모스커피가 100번째 정회원사로 가입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산일보 2023년 9월 13일 자 6면 보도)

동남권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타트업 사이의 협업과, 지역 중견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확장되는 점이 다른 지역과 다른 부분이다. 2022년 상반기 기준 한국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23개사 중 22개사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1개사만이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사실상 수도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기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부산을 주목하는 이유다.

메타기획컨설팅 최 본부장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슬러시드’에서 부산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한 ‘슬러시드×99도씨’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부산은 선배기업과 후배기업이 협업하는 ‘연결자본’이 잘 형성되어 있고 앞으로도 이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메타기획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포 동남권협의회 회원사 활동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71건(사업비 313억 5000만 원 상당)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남권협의회 가입 이후 매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36개 회원사의 연평균 매출 증가액은 477억 6000만 원 상당이었다. 기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과 더불어 스타트업 간의 협력 역시 갈수록 효과를 내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돕는 ‘구해줘 스타트업’ 등이 대표적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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