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새벽이 30년 만에 만든 터전… 이태준에 주목한 개관 연극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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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로인디아트홀 개관 기념 공연
이태준 단편소설 3편 무대 올려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고향’을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고향’을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부산 극단이 약 30년 만에 꿈을 이뤘다. 새벽이슬을 뜻하는 ‘효로’라 이름 지은 복합문화공간을 세웠다. 그 소중한 공간에서 첫 연극이 시작됐다. 100년 이상 지속되는 극단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은 한국 문학에 먼저 주목했다.

극단 새벽은 다음 달 5일까지 연극 ‘성북동-그 곳’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단원들과 시민들이 약 30년 만에 세운 효로인디아트홀 개관(부산일보 4월 24일 자 18면 보도)을 기념하기 위해 소설가 이태준에 주목하는 공연을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했다. 이성민 효로인디넷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변현주·이현식·전상미·김다애·김기백·유미희(소리) 배우가 출연한다.

연극은 이태준 단편소설 3편을 통해 1920~1930년대 무기력한 지식인과 만주로 이주한 조선 농민의 삶을 전달하려 한다. 일본 제국주의로 조선 민중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들여다보려 한다.

성북동은 질곡의 삶을 살던 이태준이 돌연 월북하기 전까지 글을 쓴 공간이다. 그의 고택은 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로 보존되고 있다. 이태준 가옥은 현재 수연산방이라는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농군’을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농군’을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극단 새벽은 작가 이태준을 탐구하면서 ‘고향’ ‘농군’ ‘토끼 이야기’ 등 단편소설 3편을 엄선했다. 연극은 이태준 작가를 탐구하는 창작 집단의 시선으로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을 빼앗긴 상황을 알리며 시작된다. 소설 3편을 낭독하며 재현하는 형식으로 연극은 전개된다.

‘고향’은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제 강점기 무기력한 조선 지식인을 그린다. 청년 이태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농군’은 조선 민중의 끈질긴 생존을 표현한 작품으로 만주 개간 과정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논쟁적 작품이다. ‘토끼 이야기’는 1941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의 야욕이 동아시아로 덮치는 시기가 배경인 소설이다. 글을 쓰려 하고, 먹고살기 위해 토끼를 키우는 일도 일본의 전쟁을 돕는 데 기여한다는 현실을 풍자했다.

‘성북동-그 곳’은 낭독극 기법으로 이태준의 섬세한 문체와 인물의 심리 묘사를 최대한 살리려 했다. 연극 말미에는 월북 후 조사를 받는 이태준의 모습을 그린다. 이를 통해 작가의 창작관과 고뇌를 읽으면서 분단의 역사까지 조명하려 한다.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토끼 이야기’를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에서 이태준 소설 ‘토끼 이야기’를 다룬 부분. 극단 새벽 제공

극단 새벽은 차세대 후배들이 미학관과 창작관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국 문학을 꺼내 들었다. 이태준 소설은 한국에서 1988년까지 읽을 수 없었고, 북한에서는 여전히 금서로 남은 상태다. 어느 쪽에서도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던 이유와 예술가가 분단으로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 연극으로 설명하려 한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예술인과 민중, 소시민의 삶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성찰할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번 공연은 효로인디아트홀 무대에 올리는 첫 번째 연극이다. 새벽이슬을 뜻하는 한자 ‘효로’는 극단 창립 멤버인 고 윤명숙 배우의 별호다. 건물은 독립예술인과 시민 등 2000여 명이 힘을 모은 덕에 세울 수 있었다. 이번 작품도 사전 제작 후원을 받은 ‘관객 참여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했다.

연극 ‘성북동-그 곳’ 프롤로그.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 프롤로그.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 포스터. 극단 새벽 제공 연극 ‘성북동-그 곳’ 포스터. 극단 새벽 제공

연극은 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월~수는 공연이 없다. 관람료는 3만 원으로 5인 이상 단체나 ‘문화가 있는 날’에는 20% 할인된다. 예매는 극단 새벽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나눔티켓, 문화N티켓 등에서 할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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