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동서고가로의 운명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우암고가교 포함 총 14km 구간 중
대심도 도로 겹치는 7km 노선 폐지
철거 vs 활용 이슈 공론화 필요 제기
다양한 대안 논의 후 시민 뜻 모아야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 민간투자사업이 추진되면서 동서고가로(우암고가교 포함 총 14km) 철거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심도 도로가 개통하면 노선이 겹치는 사상~진양 구간 약 7km에 대한 도로 기능이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기능을 다한 고가도로의 철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소음과 분진에 시달려 온 주민들로선 당연한 반응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라지면, 동네가 환해지고 땅값이 높아질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지난 3월 지역 환경단체인 (사)부산그린트러스트가 ‘동서고가로 공원화’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단순 철거 대신 공중정원 등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자전거 전용도로나 보행로로 재활용하면, 시민 생활이나 환경에도 도움이 될 거라 주장한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과 같은 명소 탄생도 기대한다. 낡은 고가도로를 없애면 복잡한 지상 도로가 남을 뿐이지만, 자전거 도로나 공원이 되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될 거란 희망을 이야기한다.
〈부산일보〉는 이 같은 공원화 제안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2개 지면을 할애해 찬반 논쟁의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 보도했다. 지난 8월에는 지역 건축가,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재생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오해도 샀다. 〈부산일보〉는 그럼 동서고가로 공원화에 찬성하느냐는 질문도 들었다. 아니다. 〈부산일보〉는 동서고가로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정한 적이 없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을 뿐이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지역 언론이 할 일이다. 2030년으로 예정된 대심도 도로 개통 전에 시민의 뜻을 모으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취재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의 연재도 시작했다.
첫 번째 보도가 나간 뒤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지금도 차가 밀리는데, 멀쩡한 동서고가로를 왜 철거하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유료도로인 대심도 도로 대신 무료도로인 동서고가로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그대로 두라는 댓글도 많았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렇다. 대심도 도로가 개통하면 노선이 겹치는 동서고가로 7km 구간은 더 이상 도로로 사용하지 않기로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민간사업자 3자가 이미 합의를 했다. 언제 그런 합의가 있었냐고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지역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많은 것이 진행됐다. 전문가인 나조차 몰랐다”며 황당해 했다. 〈부산일보〉가 이 문제를 공론화 하고 나선 이유다.
각기 다른 의견이 때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고, 시민 의견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고 포장된다. 우리가 향후 동서고가로는 사용하지 않고, 대심도 도로로만 다니겠다고 합의한 적이 언제 있었던가?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읽어보면,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많은 댓글이 ‘철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가도로에 가려 일조권 등에 피해를 봐온 인근 지역 주민을 생각하면 반드시 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이다. 취재진이 현장을 돌다 방문한 한 빌라의 경우 코앞에 고가도로 구조물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이런 경우 철거가 주거환경 개선에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댓글도 있다. 민간사업자인 GS가 ‘공짜’로 해 준다고 할 때 철거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공짜로 그런 일을 해줄 사업자는 많지 않다. 부산시에 따르면 동서고가로 철거비는 대심도 도로 총사업비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총사업비에 따라 유료도로의 통행료가 결정된다. 그러니 철거비는 공짜가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 내야 할 통행료에 청구될 것이다.
여러 대안을 따져본 뒤에도 ‘철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다수 시민이 동의한다면, 동서고가로는 활용 대신 철거라는 결론에 닿을 것이다. 일부 철거, 일부 활용이라는 절충론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대안을 미처 살펴보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대심도 도로의 개통 시기는 일러야 2030년이고, 부산시는 개통 2~3년 전께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4~5년 이상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해서 결정하면 어떨까. 동서고가로의 운명을, 시민의 뜻으로.
이자영 기획취재부 차장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