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기후’ 제물 된 호주… 대형산불 꺼지자 홍수 경보
비로 화재 잡히자 물난리 예고
엘니뇨 영향 극단기후 직격탄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대형 산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린 가운데 다행히 큰비가 내리면서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번에는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엘니뇨’에 따른 극단기후의 직격탄을 호주가 맞고 있다.
4일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정부는 북동부 지역에서 이날 오후까지 큰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민들에게 돌발 홍수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호주에서는 9월 봄이 시작되면서 이례적으로 건조하고 무더운 날이 이어졌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빅토리아주의 강우량은 장기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이 영향으로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고, 지난 3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피 명령을 내린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큰비가 내리면서 불은 어느 정도 잡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비가 일부 지역에서는 9월 평균 강우량의 8배에 달하는 최대 150mm 수준으로 내리면서 화재 경보는 홍수 경보로 바뀐 상황이다.
팀 위부쉬 빅토리아주 응급서비스 국장은 “앞으로 24∼48시간 동안 돌발 홍수, 강 범람 등의 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NSW주 산불방재청은 주 전역에서 73건의 산불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18건은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드니 남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버마귀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50㎢가 넘는 산림이 불탔고, 이 영향으로 남부 연안의 일부 주택이 전소되기도 했다.
해안 지역은 산불과 싸우는 가운데 남부 내륙에서는 최대 100mm의 강우량이 예고되면서 돌발 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가뭄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평년과 다른 극단적인 기후 현상들을 불러일으킨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19~2020년 호주 산불 당시에도 엘니뇨가 발생한 상태였다. 2019년 9월 2일 호주 남동부 지방에서 발생해 2020년 2월 13일에야 진화된 이 호주 대형 산불은 아무 것으로도 막지 못하다 결국 비가 오면서 완전히 꺼졌다.
지난달 19일에도 호주에서 61건의 산불이 발생해 남부 해안 지역의 20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