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어 문 닫는 ‘마을지기사무소’
부산 산복도로 등 노후주택 관리 서비스
개소 3년까지 시 지원 이후 구비로 운영
지자체 예산 부담 속 50곳 중 18곳 폐쇄
내년 3곳 추가 폐쇄 전망 ‘복지 공백’ 우려
마을 단위로 산복도로나 원도심에 위치한 노후주택을 상시 관리하던 ‘마을지기사무소’가 예산 지원 축소로 통폐합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마을지기사무소는 노후주택을 방문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기관과 연계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사무소가 줄어들면서 지역 복지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16개 구·군 중 15개 구·군 내 마을지기사무소 총 50개소 중 32개소만 운영 중이다. 나머지는 18개소는 문을 닫았다. 마을지기사무소는 노후주택을 동 단위로 관리하는 일종의 도시재생 사업이자 복지 서비스다.
시는 2015년부터 공·폐가 관리와 지역 인구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지기사무소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지기사무소는 산복도로나 원도심과 같은 노후주택이 밀집한 곳 인근에 위치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보통 마을지기와 만물수리사 2명이 상주해 노후주택 소규모 수선과 공구 대여, 무인택배 보관, 누수와 누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제공한다. 시비 지원 덕택에 주민에게는 재료비와 출장비 5000원 정도만 지출하면 비용을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역 ‘맥가이버’ 역할을 도맡던 마을지기사무소는 점차 문을 닫는 추세다. 해당 사업은 개소 3년간 시비 지원 후, 관리 운영을 일선 지자체로 전환된다. 개소 3년이 지나면 전액 구비로 운영되는 것인데, 이 시점부터 예산 부담으로 미운영 개소가 생기는 실정이다. 부산진구청이 타 구·군 마을지기사무소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내년에는 시비 지원을 받는 마을지기사무소는 없어 현재 운영 중인 32개소에서 3개소가 추가로 줄어들 전망이다. 시비 지원을 받아 새로 개소하는 마을지기사무소도 없어 사무소 폐쇄는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구청 관계자는 “1개소 운영비로 연간 예산 7000만 원 넘게 필요해 시비 지원 없이 지역 내 여러 곳에서 동시 운영을 하긴 어렵다”며 “예산 문제로 수요가 많은 곳 중심으로 사무소를 남겨두고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을지기사무소 서비스 축소는 당초 주거 취약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시는 마을지기사무소를 확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사업을 시작했다. 시의 목표와는 달리 시비 지원 중단과 동시에 미운영 개소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다. 개소가 줄어드니 한 사무소가 관할하는 구역이 확대되면서 서비스 질도 떨어졌다.
문을 닫는 마을지기사무소가 늘어날수록 지역 복지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암1동 마을지기사무소의 김동식 마을지기는 “지체 장애가 있어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을 주민센터에 연계한 적도 있고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해 지자체 알린 일도 있다”며 “마을지기사무소는 노후주택 수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복지에 있어서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마을지기사무소의 역할은 복지 관련 부서 등 여러 부서의 사업이 대신하고 있다”며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지원을 이어갈 생각은 현재까지 없다. 향후 수요가 많이 생긴다면 검토해 볼 순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