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은 동시대 영화 구심점… 흔들림 딛고 차려진 영화의 성찬 [BIFF 들여다보기]
문주화 부산대영화연구소 연구원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시선 끌어
고 류이치 사카모토 연주 영화로
주윤발 오픈 토크·핸드프린팅도
부산의 로컬리티를 대변하는 많은 단어가 있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겠으나, 매년 가을이 오면 우리는 어김없이 약속이나 한 듯 ‘영화도시 부산’을 떠올린다. 국내외 영화인들의 최신작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환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시기가 올해도 시작됐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개막해 10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69개국에서 초청된 269편(공식 초청작 209편, 커뮤니티 비프 60편)이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무엇보다 영화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상기하고 재도약하는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에서부터 신예 감독들의 패기 넘치는 작품들, 그리고 관객과 함께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고루 포진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억할 만한 장면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주인공이었던 량차오웨이(양조위)의 방한을 꼽을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홍콩영화의 황금시대를 견인했던 저우룬파(주윤발)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하고, 그를 초청해 5일 오픈 토크와 핸드프린팅 행사를 잇달아 진행한다. 같은 날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신작 ‘원 모어 찬스’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마카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로 분했다.
올해 눈에 띄는 기획전으로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를 꼽을 수 있겠다. 동시대 영화의 구심점을 해외가 아닌, 한국 고유의 문맥에서 발견하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도로 느껴져 더욱 반갑다. 실제로 한국 영화사에 가장 선명한 사건이 된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잇는 영화적 시도들이 미국 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총 6편의 영화가 이번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는데, 특히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주목할 만하다.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스튜디오 A24의 신작으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평단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민자’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유태오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주연을 맡았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자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 장면을 볼 수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이다.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함께 다시금 부산을 찾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거장의 영화뿐만 아니라, 매년 새로운 한국영화 화제작을 탄생시켜 왔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얼굴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도 영화제만의 묘미이다. 전 작품이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선을 보인다. 젠더, AI, 몰래카메라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젊은 감독들의 참신한 관점으로 재해석 되어 펼쳐진다. 2019 APM 프로젝트, 2023 ACF 후반작업지원펀드 지원작인 ‘딸에 대하여’도 마침내 완성되어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