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영화상 2023] 남우조연상 김종수 “고향 부산에서 의미 있는 수상 감회 새로워”(종합)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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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김종수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2023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김종수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나고 자란 고향인 부산에서, 이렇게 역사 깊고 의미 있는 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욱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영화 ‘밀수’로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김종수 배우에게 2023년은 영화인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해이다. 그는 지난달 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도 받았다. 김종수는 “영화를 하면서 상을 받고 이런 것은 다른 사람의 일로만 알고 시상식을 편히 즐겨왔는데 올해 이렇게 연이어, 처음으로 상을 받고 보니 얼떨떨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은 탄탄한 영화 제작 시스템과 제작사 외유내강, 식지 않는 열정의 화신 류승완 감독이 있어 가능했다고 밝혔다. “김혜수·염정아라는 정말 멋진 두 배우가 아름답고 열정으로 가득한 현장을 만들어 준 덕분에 촬영장 가는 길이 참 행복했습니다. 두 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함께 현장에서 고생하신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김종수 배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김종수 배우.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밀수’에서 김종수는 반전 있는 세관 계장 ‘이장춘’을 연기했다.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이장춘을 소도시에서 나름의 권력으로 자신의 사익에 알뜰하고 부지런한 캐릭터라고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해한 원칙주의자로 보이는 공무원의 모습과 영화에서는 크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퇴근 이후에는 사익을 위해 권력과 관계를 이용하고 그게 일상화 되어 있는, 위법이라는 의식이 없어진 인물로 그려 봤습니다.” 그는 한 사람의 밤과 낮, 온도 차 정도로 공익과 사익에서의 악착 같음의 순도와 한계 차이를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김종수를 연기의 길로 이끈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본 연극이다. “알 수 없는 희열과 감동을 느끼고 그때부터 무대를 동경하며 저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극단 문을 두드리며 ‘배우 김종수’의 삶이 시작됐다. “어느 순간 대본 속의 그 인물로 살아있는 순간을 경험했던, 그 짜릿했던 찰나가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김종수는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하는 느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울산에서 연기를 시작한 김종수는 “지금도 지역의 어느 곳에선가 땀 흘리며 연습하고 있을 모든 연극 배우의 앞날을 응원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종수는 연극 연기가 한 곳에 집을 짓는 것이라면 영화 연기는 여행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영화 연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가고, 새로운 시대를 넘나드는 즐겁고 흥미로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수는 2006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범죄와의 전쟁’ ‘검사외전’ ‘극한직업’ ‘헌트’ 등에 출연했다. 올해만도 부일영화상 수상작인 ‘밀수’를 비롯해 ‘드림’ ‘비공식작전’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로 영화 팬과 만나고 있다. 김종수는 “이번 달에 개봉하는 ‘화란’ 등 내 필모그래피 중 총 10작품을 함께한 제작사 사나이픽쳐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2023 부일영화상이 열린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배우 김종수.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부일영화상이 열린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배우 김종수. 김종진 기자 kjj1761@

“영화 연기는 찰나가 박제되고 기록되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섭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김종수는 완성도 높고 참신한 시나리오라면 어떤 배역이든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음식점은 음식이 맛있어야 하듯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겠지요.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기량이 뛰어남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읽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전달하고 함께 영화 신을 완성해야 하기에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좋은 배우라는 말에 포함될 것입니다. 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종수는 지난 5월 말 작고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고교 시절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했더니 크게 반대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몰래 연극을 시작하고 연극제에서 상을 탄 것을 아시고는 어머니께 ‘타지역으로 유학 보낼 형편이 안 되어서 반대했던 거라고, 그때 연극과를 가게 할 걸’이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죄송한 마음에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의 그런 결정이 오늘의 저를 있을 수 있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흐뭇해하실 것 같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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