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시집 “불편하게 사는 혁명이 필요하다”
부산작가회의 ‘무크지 시움’ 내걸고 62명 시 게재
공동의 절박한 시적 발언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
문학은 무엇인가, 를 ‘거꾸로 뒤집어서라도’ 되물어야 한다. 표지에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전망)란 세로 제목이 거꾸로 쏟아져 내린다. 인류의 파국적 삶이 야기한 세계 위기, 그것에 대한 경계의 비유다. 부산작가회의(회장 김수우) 시분과 회원들이 ‘무크지 시움’이란 이름으로 공동의 기후시집을 냈다. 62명의 62편, 기후 위기에 대한 시적 발언이다. 전체 공동체 삶과 위기에 대한 발언이 문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크지’란 지향은 1980년대 부산 문학사 이후, ‘문학 운동·실천’을 내장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숨막히고 있다. ‘대기를 덮고 있는 온실가스 농도는 군용담요처럼’ ‘두꺼워지고’ ‘우리는 곧 질식해간다’(채수옥). 우리뿐만 아니다. ‘섬뜩해라, 나비, 벌, 벌레 한 마리 눈 씻고 봐도 없다’(고명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과 벼락/푹푹 찌는 더위와 난데없는 한파/계절을 모르는 꽃들의 반란/녹고 있는 빙하와 상승하는 해수면’(이환). 우리가 겪는 기후 위기의 실상이다.
이는 ‘썩지 않는 썩을 놈들’ 때문이다. ‘도무지 썩지 않는 놈들이 있다 쓸모가 다하면 썩어 없어져야 하는데 저 혼자 썩지 않는다 썩을 놈들//자본주의가 낳은 불후의 명작 셋,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이 썩을 놈들이 안 썩는다는 말씀//(생략) 극한의 남극점에도 썩지 않을 불후들 넘친다 인간이라는 썩을 놈 다녀간 곳은 어디든 불후의 천국이다’(김형로). 그렇다. ‘썩을 놈들’이 문제다.
김종미 시인은 묻는다. ‘시를 쓴다고 이 위기가 극복되겠는가’. 역시 인간, 구체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문제 삼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깟 시 한 편 쓴다고 위기가 극복되겠는가/다시 혁명이 필요하다/혁명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행동해야 성공한다/지구에서 가장 염려되는 쓰레기는 인간/인간의 욕망만 잘 분류하여 버리면 우선 쓰레기는 반으로 줄겠다//나는 지구의 쓰레기다’. 내 욕망이 지구의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편하게 살자는 말은 이제 혁명이 되었다’(김종미). 불편하게 사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제발 ‘불편하게 살자’는 것이다. ‘너와 나/같이 살자’(김정희)는 것이다. 우리는 숨 막히면서 애가 탄다, 절박하다.
한편 부산작가회의는 지난 연말 사투리 시집 <인자 문 끼라 봐라>을 낸 데 이어 이번에 기후시집을 내고 ‘시민과 함께하는 시낭송회’도 열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