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중앙병원 부도 위기… 시민 ‘의료 공백’ 불안감 고조
신축병원 건립 등 사업 확장에 경영난
급여 일부 미지급·4대 보험료 미적립
응급의료센터·건강검진도 운영 중단
입원·외래환자 진료 차질 불가피할 듯
김해시보건소, 타 병원 활용 대책 착수
경남 김해지역 대표 종합병원인 중앙병원이 경영악화로 부도설에 휩싸였다. 현재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과 건강검진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병원 존치 여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는 물론 응급상황을 우려하는 시민 불안감이 커진다.
김해시보건소는 5일 의료법인 보원의료재단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이하 중앙병원)이 직원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일부 의료진이 떠나면서 지난 2일 응급실 운영을 멈췄다고 밝혔다. 병원은 건강검진과 일부 진료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앙병원이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신축병원 건립을 위한 무리한 확장이 꼽힌다. 신축병원은 당초 사업비 4268억 원을 들여 주촌면 이지일반산업단지 안에 지하 4층~지상 17층, 101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급으로 건립하기로 했다.
2021년 11월 기공식을 마치고 내년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원자재비·금리 인상 등 사업비 상승으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무산됐다. 부지 매입비 등 이지일반산업단지에 미지급한 금액만 350억 원에 이른다. 투자자 유치와 거듭된 금융협약 실패도 자금 압박의 원인이 됐다.
결국 직원 4대 보험료 7억 원을 적립하지 못한 중앙병원은 지난달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해지사의 계좌압류 조치로 금융거래가 정지됐다. 게다가 7월부터 발생한 퇴직금 6억 원과 일부 행정직원의 지난달 급여, 위탁운영 중인 구내식당 급식비도 지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체 직원이 650여 명에서 500여 명으로 줄었다. 의사 40여 명, 간호사 280여 명이 남아 퇴원·전원 조치 후 남은 입원환자 139명과 1일 외래환자 800여 명을 돌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해시민들은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으로 정기적으로 중앙병원을 방문하는 허 모(63·삼계동) 씨는 “병원이 문을 닫을까 걱정이다”며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하고 약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로 문을 닫는다면 그 전에 검사 자료들을 받아 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33·삼방동) 씨는 “응급상황이 우려된다”면서 “김해에서 가장 큰 병원이자 상징적 병원이다. 중앙병원은 3차 병원인 대학병원에 가기 전 들르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또 야간에 교통사고 등으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이 될지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며 “환자 진료 등에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시보건소는 병원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5일에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지역 내 200~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조은금강병원, 강일병원, 복음병원, 갑을장유병원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곳 병원들의 입원실 가동률은 60.4%로 파악됐다.
김해시보건소 허 목 소장은 “4개 종합병원 병원장에게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전원 요청 시 수용 협조를 요청했다. 이미 추석 연휴부터 중앙병원 입원환자 중 100여 명을 퇴원·전원 조치해왔다”며 “또한 외래환자가 의료기록을 청구하면 해당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의사회·응급의료기관·소방서·경찰서와 협업 체계를 강화해 응급의료 공백도 최소화할 것”이라며 “경남도와 협의 후 신속히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대체 지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병원은 1997년 4월 1일 김해시 외동에 150병상 규모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452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성장했으며, 병원 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중환자실이 응급의료 대응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