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영 부산 금정구청 건설과장 “토목직 후배들이 희망 갖도록 롤모델이 되겠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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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토목 전공 1995년 기장군 임용
부산 첫 여성 과장 탄생 업계 화제
“부담 크지만 좋은 이미지 만들 것”

건설은 거칠고 험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건설 분야는 늘 남성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건설과장 자리는 항상 남성의 몫이었다. 이에 지난 7월 부산 기초자치단체에서 첫 여성 건설과장이 탄생해 지역 구·군과 건설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부산 금정구청 김세영 건설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과장은 “능력있는 토목직 여성 선배들이 많았는데 부산에서 첫 여성 건설과장이 이제야 나왔다고 생각하니 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며 “첫 여성 건설과장을 맡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여성 건설과장이라는 타이틀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부담이기도 하다. 김 과장은 “임기 동안 역할을 잘 수행하면 ‘여성 건설과장도 잘하네’라는 인식을 심어줘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시켜보니 별로더라’라는 이미지가 크게 자리 잡을 것 같다는 걱정도 있다. 이러한 걱정과 부담을 공감해서일까. 지난 7월 발령 후 수많은 선후배가 그를 격려 방문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던 후배들의 축하 문자도 많이 받았다. 김 과장은 “다들 첫 여성과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인문 분야보다는 수학, 과학에 더 흥미가 있었다. 교량, 터널, 항만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해양토목 분야를 전공하고 1995년 기장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토목직에 여성 공무원이 임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부서에서도 김 과장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공사 현장에 나가면 공사 감독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아가씨 어떻게 여기 오셨어요”라고 묻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때로는 여성 공무원을 만만하게 보고 “여자가 현장에 대해 뭘 안다고 와서 지적하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단다.

김 과장은 “당시에는 화장실에 숨어 몰래 울기도 하고 계속 공무원 생활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감도 들었지만 많은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는 많이 단단해졌다”며 “속이 상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더 독하게 업무를 챙기다 보니 인정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첫 여성과장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사무실에서 “건설과장 김세영입니다”라고 전화를 받아도 “건설과장님 좀 바꿔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건설과장 김세영입니다”라고 재차 이야기해도 “건설과장이 맞냐, 토목직이 맞냐”고 다시 묻는 이가 열에 아홉은 된다고 한다.

현재 부산시 전체 토목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0%를 넘는다. 예전 김 과장이 입사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금정구청 건설과만 해도 23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김 과장은 “후배들이 저의 모습을 보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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