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강국' 에스토니아의 비결은 전자정부
FLY ASIA 기조연설 매기 고문
전자영주권 유럽 진출 이점 인기
세금으로만 4000만 유로 거둬
편리한 비즈니스 환경 고민해야
“에스토니아는 2014년 전자영주권 도입으로 해외 스타트업이 쉽게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줬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10만 명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았습니다. 부산보다 인구가 적은 에스토니아가 스타트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5일 개막한 2023 아시아 창업 박람회(FLY ASIA) 기조연설을 맡은 에스토니아 마르구스 매기 전자정부 고문은 이렇게 강조했다. 매기 고문은 FLY ASIA 개막 전 〈부산일보〉 취재진이 먼저 만나 에스토니아가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자 전자정부 선두 주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는 핀란드와 라트비아, 러시아와 이웃한 북유럽 소국이다. 수도 탈린의 인구가 40만 명일 정도로 작은 국가지만 전자정부 도입과 전자영주권 제도를 시행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전자영주권 제도는 해외기업이 쉽게 유럽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 인기가 높다. 과거 비유럽국가의 기업이 유럽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유럽을 직접 방문해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고 각종 규제를 비롯해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았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정부를 이를 쉽게 해결하는 대안을 내놨다.
에스토니아를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심사를 통과하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심사에서 발급까지 평균 30일 정도면 칩이 들어간 전자영주권을 거주하는 국가의 에스토니아 대사관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자영주권은 실제로 에스토니아에서 거주할 수 있는 물리적인 비자나 영주권과는 다르다. 대신, 전자영주권을 받으면 유럽 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유럽 내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토니아가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이다 보니 유럽에 진출하려는 해외 스타트업에 인기가 많다.
“전자영주권을 통해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해외기업이 낸 세금이 지난해만 해도 4000만 유로(약 568억 원)에 달합니다. 병원 하나를 지을 수 있는 돈이죠. 특히 기업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사업에 재투자하면 세금 면제를 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스타트업에게 반응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전자영주권을 받고 사업을 시작한 해외 기업은 2만 7000여개에 달한다. 에스토니아는 전자영주권 도입 10년 만에 효과적인 유럽 비즈니스 창구로 자리 잡았다.
매기 고문은 아시아 창업 허브를 꿈꾸는 부산에 특별한 조언도 건넸다. “부산시에서 먼저 아시아 창업 허브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더 개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부산이 줄 수 있는 매력 요소를 구체적으로 찾고 알려야 합니다.
더 이상 ‘서울 대 부산’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부산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기업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한편, FLY ASIA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힘을 합쳐 ‘시네 플라이(CINE FLY)’ 섹션을 신설했다. FLY ASIA는 오는 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막식에서 “아시아의 우수한 인적 자원이 창업벤처기업에 도전하고 있고, 주목받는 혁신기업과 기술이 아시아에 많다”면서 “부산은 FLY ASIA를 통해 아시아 각 도시를 연결하고 9개 도시 창업 관계자와 공동 협력 선언을 통해 글로벌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