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고 윤정희, 촬영 당시 알츠하이머 증세…엄청난 노력 들여 작품 임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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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토크 영화 ‘시’
이창동 감독·남편 백건우 참석
“캐릭터, 아내와 닮은 점 많아”
엔딩 크레딧 후 객석 추모 갈채

5일 오후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열린 '스페셜 토크 시' 행사에 참여한 이창동(왼쪽) 감독과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5일 오후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열린 '스페셜 토크 시' 행사에 참여한 이창동(왼쪽) 감독과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오랜 기간 이어진 투병 생활 끝에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고 윤정희 배우를 추모하기 위한 자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마련됐다. 영화 ‘시’로 그녀와 함께 호흡했던 이창동 감독과 윤 배우의 남편은 필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그녀의 빈 자리를 아쉬워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스페셜 토크 시’ 행사에는 고 윤정희 배우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대담에 앞서 상영된 영화 ‘시’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윤 배우를 추모하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윤 배우를 추억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이창동 감독과 윤 배우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참석했다.

윤 배우의 마지막 작품인 영화 ‘시’는 윤 배우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윤정희 배우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다면서 알츠하이머를 가진 미자 역을 맡은 윤 배우가 실제 알츠하이머로 투병 생활을 했다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운명적이라고 회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과거 주로 사용된 이름이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의미를 담아 주인공 이름을 미자라고 결정했다. 윤정희 씨의 본명이 손미자라는 점에서 윤 선생과 이 영화는 운명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 배우가 촬영 당시부터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는 것을 목격했다”며 “윤 배우는 촬영을 이어갈 때마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 촬영에 임했고 다행히 촬영 과정 중 증상이 좀 나아져 본인이 성취감 같은 것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윤 배우의 남편 백건우 씨는 그동안 관객들이 연기자 윤정희를 사랑해 준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백 씨는 “오랫동안 여배우 윤정희를 사랑해 주신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면서 “영화 촬영 당시 아내가 촬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많이 얘기해줬고, 영화 속 캐릭터가 아내와 닮은 점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윤 배우는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1월 향년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나 1966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윤 배우는 50년 이상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그녀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지난 4일 열린 개막식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여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 영화를 국제 영화계에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윤 배우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는 공로상을 수상하며 “어머니가 10여 년을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여러분들의 애정이 멀리 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 씨는 개막식에서 관객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5일 오후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열린 '스페셜 토크 시' 행사에 참여한 이창동(왼쪽) 감독과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5일 오후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열린 '스페셜 토크 시' 행사에 참여한 이창동(왼쪽) 감독과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황예찬 인턴기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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