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은행 이전 계획안 연내 승인 약속 지켜라
금융위 “산은법 개정 이후 시행” 번복
총선 감안하면 연내 승인 미룰 수 없어
산업은행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올 연말까지 약속한 산은의 부산 이전 계획안 승인을 법 개정 뒤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5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관련 질의에 “계획안 승인은 산은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라며 말을 바꿨다. 금융위의 이 같은 돌변은 지난 4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실무적인 사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 목표대로 (계획안 승인을) 연내 마치겠다”고 확답한 발언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법 개정에 진척이 없는 틈을 타 이전 계획안 승인도 어물어물 내년으로 넘기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산은 이전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몇 차례 이전 계획안의 조속한 승인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10월에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이전 방안을 확정 짓겠다”고 공언했고, 해를 넘긴 올해 4월에 다시 이전 계획안의 연내 승인을 못 박았다. 그렇게 철석같이 공언한 약속을 연말이 다가오자 슬그머니 뒤집은 것이다. 금융위 스스로 자기 신뢰도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위의 답변처럼 산은 이전의 핵심이 법 개정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먼저 행정 절차부터 진행한 것은 산은 이전의 급박함 때문이다. 이를 뻔히 알고 있는 금융위가 몽니를 부리는 것은 그래서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전 계획안 승인을 뒤로 미룰 수 없는 것은 현 상황에서 산은 기능의 100% 이전을 못 박을 유일한 수단이 이 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은 여야의 명운이 걸린 총선이 있는 해다. 총선 풍향계에 따라 혹 산은 이전 작업이 휘둘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연내에 계획안이 승인돼야 한다. 금융위의 이번 태도 돌변이 총선 정국을 의식한 조처라는 지적이 이미 있는 만큼 이전 계획안 승인 과정에 ‘총선 변수’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자칫 내년으로 승인이 미뤄지면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다. 수도권 눈치를 보는 정치권의 기류에 휘말려 완전한 기능 이전이 후퇴하는 최악의 경우는 막아야 한다.
이미 공언한 대로 금융위원회는 이전 계획안의 연내 승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벌써 정치권 눈치를 살피며 법 개정 뒤로 이를 미루려는 얄팍한 계산은 버리는 것이 좋다. 명색이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가 국가의 중대사이자, 국민과 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금융위를 어떻게 보겠는가. 지역 정치권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당초 약속한 대로 금융위가 연내 승인을 하도록 적법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여전히 산은법 개정에 미온적인 민주당 중앙당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꾸기를 바란다. 산은 이전은 이미 대세가 됐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부산시민에게 역효과만 일으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