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완전한 부산 이전’ 급제동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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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산은법 개정 이후 승인”
김주현 위원장 당초 “올해 마무리”
이전 계획안 연내 승인 방침 번복
계획안 승인해야 ‘모든 기능 이전’
여야 갈등 산은법 개정안도 ‘표류’
장기화 땐 ‘반쪽 이전’ 전락 우려
지역 정치권 안일함에 비난 집중

지난달 26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협의회’ 출범식. 강선배 기자 ksun@ 지난달 26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협의회’ 출범식. 강선배 기자 ksun@

금융위원회가 KDB산업은행 모든 기능의 부산 이전을 최종적으로 못 박는 이전 계획안을 연내 승인한다는 방침에서 관련법 개정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인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총선 정국으로까지 미뤄질 경우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당초 확정한 ‘모든 조직과 기능 100% 이전’에서 후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5일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계획안 승인 절차 진행 일정을 묻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의 질의에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 계획안 승인 등 행정절차가 산업은행법 개정과는 관계없다면서도 법 개정 이후에야 승인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은 법 개정과 별개로 이전 계획안 승인 등 부산 이전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 대정부질문에서 “(부산 이전 계획안 승인)목표대로 연내 마치겠다”며 “몇 군데 법률 자문을 했는데 법 개정 이전이라도 실무적인 사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별문제 없다고 해석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산업은행 이전 계획안은 앞서 진행된 ‘한국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이 작성해 금융위원회가 승인하게 된다. 지난 7월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용역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며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서 핵심인 만큼 소수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모두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 이전 사옥이 들어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대상 부지(잔디 부분) 조감도. 부산시 제공 산업은행 이전 사옥이 들어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대상 부지(잔디 부분) 조감도. 부산시 제공

이처럼 이전 계획안은 산업은행의 완전한 기능 이전을 못박는 절차인 까닭에 지역에서는 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특히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여기에 100% 이전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금융위가 입장을 바꾸면서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내에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기국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월 국회가 끝났지만 산업은행법은 국회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10월 국회에도 양당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21대 국회 내 산업은행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관련 논의가 총선 정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와 금융당국이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수도권 여론을 의식해 당초 확정한 100% 이전에서 일부 기능을 잔류하는 반쪽짜리 이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제3 금융중심지로 지정되지 않은 전북을 중심으로 산업은행법 개정과 금융중심지 확대를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실정이다.

이에 산업은행법 개정 외에도 관련 행정 절차를 챙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행정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면서 “특히 용역 결과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100% 이전을 확정한 만큼 변수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법 개정과 행정절차 진행에 빈틈이 없도록 지자체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바짝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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