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과수농가에 찾아든 불청객 ‘탄저병’…피해 확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 단감 재배면적 1/3에서 탄저병 확인
10년 이래 최대 피해 예상도
잦은 강우·폭염 악영향…방제도 어려워

경남 진주시의 한 단감 과수원. 수확을 앞둔 단감 대부분이 탄저병에 걸려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단감 과수원. 수확을 앞둔 단감 대부분이 탄저병에 걸려있다. 김현우 기자

전국 배 농가가 깍지벌레 확산 탓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운데(부산일보 10월 5일 자 11면 보도) 수확기를 맞은 단감과 사과 농가도 병해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탄저병이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9일 경남농협, 경남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최근 창원시 동읍과 진주시 문산읍 등 단감 주산지에서 탄저병이 번지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탄저병은 주로 성숙기 열매에 발생하는 병해 중 하나다. 병에 걸리면 과실 표면에 크고 작은 흑갈색의 병변이 생기는데 이 병변이 점점 커진다. 병이 진행될수록 과실 일부분을 검은색으로 부패시켜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생산량도 감소시킨다.

경남은 단감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주요 단감 생산지다. 조사 결과 8일 기준 경남 전체 단감 재배면적 5944ha 가운데 2000ha 이상에서 탄저병이 확인됐다.

해마다 조금씩 탄저병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한 편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몇 년 전 경북지역에 탄저병이 심하게 왔지만 경남은 이 정도는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동안 가장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저병에 걸린 단감이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다. 조사 결과 경남 전체 단감 재배면적의 3분의 1에서 탄저병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탄저병에 걸린 단감이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다. 조사 결과 경남 전체 단감 재배면적의 3분의 1에서 탄저병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탄저병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은 폭우를 동반한 오랜 장마와 곧바로 이어진 폭염, 가을철 잦은 강우 탓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남지역 내 단감 재배규모가 두 번째로 큰 진주의 경우, 올해 6월 21일~9월 21일까지 강우량이 1472mm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87.7mm에 비해 884mm 많이 온 건데, 하루 평균 강우량을 50mm씩으로만 계산해도 18일 동안 비가 더 온 셈이다. 탄저병 예방을 위해선 비가 올 때마다 방제를 해야 하는데 워낙 비가 잦았던 데다 약을 쳐도 곧바로 이어진 비에 씻겨 내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농촌 고령화로 폐과수원이 많아졌고 인근 재배산지로 병해충이 옮겨가다 보니 방제가 더욱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창원에서만 수확량의 30~40% 피해가 발생했고, 진주의 경우 농장에 따라 절반이 넘는 단감이 탄저병에 결린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들 사이에선 이달 중순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 피해 규모가 6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진주의 한 단감 재배 농민은 “탄저병에 걸린 감을 매일 따고 약을 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탄저병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 자고 나면 진짜 급속도로 번진다”면서 “가을비가 계속되면 탄저병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수확량이 작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저병이 확인된 사과. 김현우 기자 탄저병이 확인된 사과. 김현우 기자

단감 뿐만이 아니다. 경남도 조사에 따르면 단감을 비롯해 사과와 고추, 배 등에서 탄저병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 550ha 규모에서 탄저병 신고가 접수됐는데, 평년 대비 20~30% 정도 더 많이 감염된 수준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탄저병 예방을 위한 방제 방법들을 지속해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온 데다 농민들 대부분 고령화되면서 방제도 쉽지 않다. 10월 중순이 되면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농협은 도내 단감 주요 생산지의 병해 발생현황을 파악하고 농작물과 농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탄저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방제 약제와 영양제를 피해농가에 우선 공급하고 단감협의회에서 조성한 기금으로 자금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