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과수농가에 찾아든 불청객 ‘탄저병’…피해 확산
경남 단감 재배면적 1/3에서 탄저병 확인
10년 이래 최대 피해 예상도
잦은 강우·폭염 악영향…방제도 어려워
전국 배 농가가 깍지벌레 확산 탓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운데(부산일보 10월 5일 자 11면 보도) 수확기를 맞은 단감과 사과 농가도 병해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탄저병이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9일 경남농협, 경남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최근 창원시 동읍과 진주시 문산읍 등 단감 주산지에서 탄저병이 번지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탄저병은 주로 성숙기 열매에 발생하는 병해 중 하나다. 병에 걸리면 과실 표면에 크고 작은 흑갈색의 병변이 생기는데 이 병변이 점점 커진다. 병이 진행될수록 과실 일부분을 검은색으로 부패시켜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생산량도 감소시킨다.
경남은 단감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주요 단감 생산지다. 조사 결과 8일 기준 경남 전체 단감 재배면적 5944ha 가운데 2000ha 이상에서 탄저병이 확인됐다.
해마다 조금씩 탄저병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한 편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몇 년 전 경북지역에 탄저병이 심하게 왔지만 경남은 이 정도는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동안 가장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저병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은 폭우를 동반한 오랜 장마와 곧바로 이어진 폭염, 가을철 잦은 강우 탓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남지역 내 단감 재배규모가 두 번째로 큰 진주의 경우, 올해 6월 21일~9월 21일까지 강우량이 1472mm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87.7mm에 비해 884mm 많이 온 건데, 하루 평균 강우량을 50mm씩으로만 계산해도 18일 동안 비가 더 온 셈이다. 탄저병 예방을 위해선 비가 올 때마다 방제를 해야 하는데 워낙 비가 잦았던 데다 약을 쳐도 곧바로 이어진 비에 씻겨 내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농촌 고령화로 폐과수원이 많아졌고 인근 재배산지로 병해충이 옮겨가다 보니 방제가 더욱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창원에서만 수확량의 30~40% 피해가 발생했고, 진주의 경우 농장에 따라 절반이 넘는 단감이 탄저병에 결린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들 사이에선 이달 중순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 피해 규모가 6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진주의 한 단감 재배 농민은 “탄저병에 걸린 감을 매일 따고 약을 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탄저병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 자고 나면 진짜 급속도로 번진다”면서 “가을비가 계속되면 탄저병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수확량이 작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감 뿐만이 아니다. 경남도 조사에 따르면 단감을 비롯해 사과와 고추, 배 등에서 탄저병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 550ha 규모에서 탄저병 신고가 접수됐는데, 평년 대비 20~30% 정도 더 많이 감염된 수준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탄저병 예방을 위한 방제 방법들을 지속해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온 데다 농민들 대부분 고령화되면서 방제도 쉽지 않다. 10월 중순이 되면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농협은 도내 단감 주요 생산지의 병해 발생현황을 파악하고 농작물과 농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탄저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방제 약제와 영양제를 피해농가에 우선 공급하고 단감협의회에서 조성한 기금으로 자금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