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5000만 원 예금자보호한도, 현행 유지될 듯
금융위, 현 수준 유지에 무게
인상 땐 2금융권 자금 쏠림 등
부작용 더 크다는 분석 내놔
국회서 한도 상향될 가능성도
23년째 5000만 원으로 묶인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당초 새마을금고 사태로 1억 원으로 상향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급격한 자금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한 정부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무위에 보고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에서 “향후 찬·반 논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당장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보호한도 상향 시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이나 예보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실제 금융위가 공개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 시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은 16~25%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 업권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소형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한도 상향 시 보호 한도 내 예금자 비율도 98.1%에서 99.3%로 1.2%포인트(P)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실익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금을 분산 예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효과는 있다고 분석됐다.
6차례에 걸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주요 논의 사항도 공개됐다.
금융업권은 “현재 예금자 대부분이 보호되고 있어 한도 상향의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는 크지 않고 업권 부담만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 등 측면에서 한도 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과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23년째 그대로인 보호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 7월 발생한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대규모 자금 이탈세가 나타나자 이번 기회에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은 바 있다. 한도를 상향할 경우 위기 때 급하게 빼내야 할 자금 규모가 줄고 이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 및 시장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
작년 기준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영국(2.3배)과 일본(2.3배), 미국(3.3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