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호진 영도구청 CCTV 관제사 “800개 눈으로 지역 안전 감시… 누군가에 도움 뿌듯”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치매 노인 수색 공로 경찰 표창장 받아
차량털이·음주운전 등 사건 해결 기여
“동네 지리 잘 알고 있어 효율적 관제”

“제가 본 사람이 실종 치매 노인이라고 확인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부산 영도구청 CCTV 통합관제센터 김호진 관제사는 실종 치매 노인을 찾은 감격적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김 관제사는 지난달 12일 오후 8시께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공원 벤치에 누워 있던 60대 치매 여성을 근무 중에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60대 치매 여성이 집에서 나간 지 사흘이 지난 때였다.

치매 노인을 발견한 경위에 대해 김 관제사는 “통상 주취자와 달리 미동도 없이 벤치에 누워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며 “1시간가량 지켜보고 있는 동안, 마침 경찰들이 실종 치매 노인을 찾으러 센터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말하는 인상착의를 듣고 혹시나 한 마음에 해당 노인의 상황을 경찰에게 전달했다”며 “곧바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그 할머니가 맞다’고 이야기했을 때 안도감과 뿌듯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관제사는 치매 노인에게서 외할머니와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면서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치매로 고생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일이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도구 내 치매 인구는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지난 8월 기준 영도구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모두 1754명이다. 2020년(1272명)과 비교해 3년 만에 치매 환자가 37%가량 증가한 셈이다. 덩달아 치매 실종자도 증가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치매 실종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센터 관제사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김 관제사는 “영도구에는 800개의 CCTV가 있다. 800개의 눈으로 실종 치매 노인의 동선을 추적하는 셈”이라며 “간혹 가족들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기 전에 센터에서 먼저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해 경찰에 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관제사는 CCTV를 통해 차량털이범, 음주운전 등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근무가 아닌 날에는 골목길을 다니면서 동네 지리를 익히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동네 지리를 잘 알고 있을수록 관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차량털이범 검거 때도 지리가 밝은 곳이라서 도주 경로를 경찰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자신의 업무가 사건 해결에 기여하는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 관제사. 그는 “얼마 전에 골목길에서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넘어지는 것을 CCTV로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누군가는 12시간 동안 CCTV 화면을 바라보는 게 지겨울 것 같다고 말하지만, 내가 실제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지루할 틈이 없다”고 웃음지었다.

영도경찰서는 실종 치매 노인을 수색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지난달 19일 김 관제사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김 관제사는 “당연히 관제사로서 할 일을 했는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며 “앞으로도 영도구 내 안전을 지키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