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알랭 파로니 “로마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 그대로 캐스팅”
‘끝없는 일요일’ 알랭 파로니 감독
주인공 셋 거리 인터뷰서 모티브
사진·빛 활용해 기억·내면 표현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을 그대로 캐스팅했다. 자신이 자라온 로마 외곽에서 영화를 찍었다. 작품에 ‘아이들도 자신만의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화려하게 담았다.
그렇게 완성한 첫 장편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다. 거침없는 이탈리아 신예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그는 “갑자기 베니스, 토론토, 부산, 뉴욕에서 초청받았다”며 “수많은 관객이 집 안 거실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라 했다.
지난 7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분장실에서 ‘끝없는 일요일’을 연출한 알랭 파로니 감독을 만났다. 그는 로마 도심과 교외를 오가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시간에 맞서는 두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케빈과 알렉스 그리고 브렌다는 빈민촌에서 살아가며 영원한 우정을 꿈꾸지만, 브렌다가 임신을 하면서 청춘의 다양한 면들이 부각된다. 작품은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심사위원특별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 피프레시상 등을 받았다. BIFF에서는 경쟁 부문인 ‘플래시 포워드’에 올랐다.
파로니 감독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에게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을 그대로 영화에 출연시켰다. 주인공 셋 모두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성장 환경이나 종교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며 “삶을 놓으려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14살, 16살, 18살에 인터뷰를 한 소녀를 ‘브렌다’로 캐스팅했다”며 “내면적 변화와 어른이 되는 과정 등을 관찰한 결과”라고 밝혔다.
영화에 사진과 빛을 많이 활용했다. 파로니 감독은 “로마 콜로세움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진이 많이 찍히는 곳이라 들었다”며 “사진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난 시간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저예산으로 촬영한 영화라 자연광을 활용하는 게 중요했다”며 “주인공의 어두운 면이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 등을 빛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거장들과 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을 연출한 빔 벤더스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에반게리온’ 음악감독인 거장 사기스 시로가 음악을 만들었다. 두 감독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파로니 감독은 “사진과 음성을 활용해 만든 영상을 빔 벤더스에게 보냈는데 2주 안에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왔다”며 “그가 일본에서 사기스 시로에게 연락을 해서 결국 영화에 음악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을 처음 찾은 파로니 감독은 “90년대 TV에서 아시아 작품을 많이 봐서 한국에 오는 게 집에 돌아오는 느낌”이라며 “부산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준비 중인 다음 영화에는 전문 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라며 “그래도 현실을 반영하는 취재와 연구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