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건강도시 암스테르담 비결
김무현 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지난달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 다녀왔다. 유럽에 속하는 네덜란드는 흔히 운하의 도시, 풍차의 나라로 묘사된다. 이번에는 연구학생, 연구원 등과 비싸고 좁은 호텔을 피해 에어비앤비로 비슷한 가격의 보트하우스를 빌려 5박 6일간의 학회 일정에 들어갔다.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지만 인구는 115만 명(2020년 기준 추계)으로, 우리나라 울산 인구 규모이다. 도시가 많은 운하로 연결돼 있어 배를 이용한 운송 수단과 관광 수단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또한 도시 전체에 자전거 도로가 넓게 확보돼 있다. 자전거 도로가 벽돌 블록으로 돼 있어 승차감은 불편하지만 내구성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됐다. 시내에는 전기트램이 다니고 있어 석유로 움직이는 차량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많은 자전거가 길거리와 역에 주차돼 있었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전거를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보트하우스는 암스텔 강가에 있었는데, 아침이면 많은 사람이 카약을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전거와 카약은 네덜란드인의 주요 건강 유지 수단으로 보였다. 석유 에너지 사용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보트하우스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자연친화적인 이 도시의 시민 중에 배가 나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 100년 이후를 내다보는 도시·국가 정책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암스텔강에서는 노인들이 4~5명씩 카약을 타고 노를 천천히 저으면서 근력을 유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약은 상하체 근육을 많이 사용해 근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 나라 국민의 체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네덜란드는 동계스포츠 강국으로도 유명한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각각 5위를 차지했다. 스케이트 역시 네덜란드인이 즐기는 스포츠다.
심혈관 위험도와 심혈관 사망률은 대륙별로 차이가 있는데, 유럽과 북미 지역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 네덜란드 역시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나라다. 우리나라가 낮은 보험료 수가를 이용해 검진 프로그램이나 낮은 수가의 좋은 약(혈압·당뇨·고지혈증)을 공급해 심혈관 위험도를 낮추고 있다면, 이 나라는 자연적인 환경과 도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심장학회는 약 5만 명이 모이는 큰 학회이고 컨벤션은 이런 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좋은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학회 등록을 하면 5일간의 교통수단 이용 쿠폰을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주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음 달이면 2030세계엑스포의 부산 유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유치는 컨벤션 산업 활성화를 포함해 부산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아주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부산 유치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