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하태경 떠난 해운대갑, 여당 혁신 시험대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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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호 서울정치팀 부장

보수 성향 강한 지역특성 감안
기득권 없는 완전한 경선 필요
‘친윤’ ‘토호’들 무임승차 안돼
윤 강조한 ‘자유’ 실현 무대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이나 당선됐던 부산 해운대갑을 떠난다. 내년 22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 의원은 “당의 총선 승리, 특히 수도권 승리의 밀알이 되고자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서 “제가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정치 신인이 많이 들어와야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 의원이 출마 지역을 바꾸는 것을 놓고 “당내 비주류여서 공천받기 어렵기 때문”, “3선 이상 중진 물갈이를 위한 물귀신 작전”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주변의 시선이야 어떻든 하 의원의 결단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공천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집단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하 의원의 사례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면 하 의원이 3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해운대갑은 어떤 곳인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 하 의원은 59.5%를 득표해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유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37.4%)를 가볍게 따돌렸다. 득표율 격차는 무려 22.1%포인트(P)로 부산에서 1, 2위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가장 컸다.

반면 관외 사전투표에서는 하 의원이 5733표, 유 후보가 4998표를 얻어 두 사람 사이의 격차는 불과 6%P였다. 정치 고 관여층이나 젊은 유권자들의 반 보수 정서도 만만찮다는 뜻이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44.9%,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26.5%, 정의당 6.9%를 얻어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전반적인 정치 지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60.9%(해운대 전체)를 얻어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해운대갑은 국민의힘이 PK지역의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런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다양한 혁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된 셈이다.

하 의원이 자기 할 일을 다한 이 곳에서 국민의힘이 지금부터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누구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 완전한 ‘자유 경선’을 준비하는 것이다. 해운대갑은 여당 인사들에게는 누가 나와도 당선될 수 있는 ‘1급지’로 분류된다. 벌써 여러 명의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운 친윤(친윤석열)계, 지역에서 오랫동안 표밭을 관리해온 토착 인사, 무주공산을 노리는 정치신인 등이 대거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 경선은 선거인단 유효투표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결정한다. 선거인단이 사실상 책임당원들로 꾸려지기 때문에 당 지도부나 당원협의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도 괴리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책임당원이 절반이나 참여하는 경선으로는 진짜 PK 민심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곳은 몰라도 해운대갑 지역구만큼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100% 반영되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선거 제도)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81조(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4항은 “당내 경선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여론조사 경선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못할 이유도 없다. 본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더라도, 경선에 참여조차 못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해운대갑은 국민의힘 당원이면 누구나 뛰어들어 자유롭게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 그래야 ‘웰빙 정당’이라고 비판받는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를 정치 분야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무엇보다 체포동의안 반란표 색출, 비명계 공천학살 등 전체주의의 공포가 어슬렁거리는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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