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려운 전쟁” 각오한 네타냐후… 강대국 확전 우려
이스라엘 “하마스 통치 종식 목표” 천명
가자지구 500여 곳에 보복 공습·포격
미국 지원 약속·이란 하마스 지원 정황
대리전 우려에도 주변국 중재 쉽지 않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전면전을 시작하며 ‘길고 어려운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두 나라에 그치지 않고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신속하게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란은 배후설을 일축하면서도 수차례 하마스 공격에 지지를 표시하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란은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이스라엘군 “하마스, 더 이상 통치 못 하게”
9일(현지 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한 번에 이처럼 많은 이스라엘 국민이 살해된 적은 이전에 없었다"면서 “9·11 테러와 진주만 공습을 하나로 합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따라 이번 공격을 벌인 하마스와 다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와 관련된 가자지구 내 표적 500여 곳 이상에 대해 전투기·헬기와 포병 등을 동원해 공습과 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약 10만 명을 동원했으며,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종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콘리커스 대변인은 이날 “우리의 임무는 하마스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위협할 군사적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덧붙여서 우리는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 급증하고 있다.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7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는 무려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413명이며, 이 가운데 아동과 청소년이 78명, 여성이 41명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거센 보복 공격을 피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12만 여 명이 대거 피란길에 올랐다.
■미국의 전폭적 지원…외교적 노력 기대 어려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며 완전한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로 이동시키고 F-35 등 역내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확전되는 양상을 띠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에 제동을 걸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은 현재로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가 중재역을 자처하고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인질의 안전을 위한 도움을 이집트에 요청했다며 “현 단계에서” 휴전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란,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지목
유대교 안식일인 토요일 새벽 기습적으로 시작된 하마스의 이번 공습에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지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은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하며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이스라엘을 급습하는 방안을 고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 세부 사항은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를 거쳐 변경됐다. 회의에는 이란혁명수비대 장교는 물론 이란이 지원하는 4개 무장단체 대표가 참석했다고 한다.
4개 무장단체에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정파이자 이번에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헤즈볼라가 포함됐다.
WSJ의 이 같은 보도와 달리 미국 정부와 이란, 하마스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변함없이 확고한 지지를 유지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이건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