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100여 명 인질 납치…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변수 될까
여성·어린이 등 가자지구 억류
민간인 향해 총 쏘고 납치 충격
이, 인질 안전 탓에 전략 딜레마
극우세력, 초강경 대응 목소리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100명이 넘는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하마스 고위 인사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가 이날 아랍어 매체 알가드에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3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장단체의 주장이 맞다면 130여 명으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이스라엘인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집중 공격하면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포함해 최소 수십 명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됐을 뿐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서는 특히 무장 괴한들이 이스라엘에 침입해 일반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쏘고, 인질로 납치해 가 분노와 충격이 컸다.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하마스가 일가족 전체 또는 어린아이, 노인을 인질로 납치한 것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의 기습에 맞서 ‘피의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에 인질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면전 수준으로 공격 수위를 높일 경우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질은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 내에서는 초강경 대응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립정부의 실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하마스의 기습 직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잔혹하게 공격해야 하며 인질 문제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인질이 희생됐을 때 받을 정치적 타격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인질들이 억류된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전면전으로 갈지, 아니면 인질 안전을 고려한 공격 전략을 짤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인질 교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번 공격에서 인질을 끌고 간 것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석방을 이끌려는 목적도 있어서다.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도자인 지아드 알-나칼라는 팔레스타인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이스라엘인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죄수가 약 5250명이라는 관련 단체의 통계가 있다.
하마스 공격으로 실종된 이스라엘 사람들의 가족들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실종자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에도 인질과 수감자 교환 사례가 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 소장은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은 하마스에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라며 “이는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의 입지를 강화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힘과 합법성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의 정치학자 가일 탈시르는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성향을 들면서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에 항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것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에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망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