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사 교과서에 ‘우키시마호 비극’ 등재 서둘러야”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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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9종 어디에서도 안 다뤄
생존자·유족 점점 사라질 위기
추모협회, 교육부에 촉구 나서

한 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일제강점기 국외 이주민 관련 내용. 국내 9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어디에도 한국인 수천명이 귀향길에 일본 앞바다에 수장된 우키시마호 사건을 싣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종회 기자 jjh@ 한 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일제강점기 국외 이주민 관련 내용. 국내 9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어디에도 한국인 수천명이 귀향길에 일본 앞바다에 수장된 우키시마호 사건을 싣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종회 기자 jjh@

해방 직후 귀향길에 오른 한국인 강제징용자 수천 명이 일본 앞바다에 수장된 우키시마호 사건(부산일보 8월 8일 자 1·4·5면 등 보도)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규모와 사건 배경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교과서 등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9개 출판사가 발간하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우키시마호 사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1945년 8월은 세계 2차대전 전후인데, 교과서에는 냉전 질서 형성 등 국제 정세 위주의 큰 흐름이 담겼을 뿐이다.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 관계자는 “해방 전후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자가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는지는 구체화돼 있지 않다”면서 “중학교, 초등학교 교과서는 이보다 더 간략하기 때문에 우키시마호 관련 내용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과 현장의 외면 속에 우키시마호 사건 생존자는 대부분 고령으로 세상을 등졌고, 여태껏 역사·추모 공간도 마련되지 않았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올 초 기록에 남은 생존자들을 수소문한 결과, 당시를 기억하는 생존자는 단 2명이었다.

2018년 전국 10개 도시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을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1000명)의 6%에 불과했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우키시마호의 비극을 후손이 제대로 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더 늦기 전에 우키시마호 사건을 교과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논쟁이 된 폭침 원인 등을 떠나 피해 규모, 역사성만 보더라도 교과서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 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은 “남은 기록이나 관련 언론 보도도 역사 연구자나 유족 정도만 찾아본다”며 “모두가 아픈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반드시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강제징용자를 태운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4일 일본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의문의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추정 사망자가 8000여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해양 참사로 꼽힌다.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 희생자는 1500여 명이다. 더불어 강제징용부터 해방, 귀향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모두 담고 있다.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는 조만간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우키시마호 사건의 교과서 반영을 촉구한다. 추모협회 김영주 회장은 “교과 과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없다”면서 “교과서 반영과 함께 역사·추모공원 조성, 유해 발굴·봉환에도 속도를 내 우키시마호 사건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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