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석 르노코리아 부산 노조위원장 “노사 상생하고 내수 물량 끌어올리는 게 고용 지키는 길”
끊임없는 협상으로 2년 연속 무분규
4년 만에 기본금 10만 원 인상 성과
“임협 일단락 이제 회사 살리기 나서”
“고용을 지키는 길은 파업이 아니라 상생입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 공장 김동석 노조위원장은 거의 두 달 만에 발 뻗고 잠을 잤다고 했다. 지난 7월 한 차례 부결됐던 2023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이 지난달 19일 열린 사원 총회에서 57.1%의 찬성률로 통과된 덕분이다. 르노코리아의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오랜만에 기본금 10만 원 인상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감정이 섞인 투쟁과 파업이 아니라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얻어낸 4년 만의 성과라 더 값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김 위원장은 1997년 삼성자동차 시절 부산 공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난데없은 타 공장 발령을 받으면서 반발심에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15년 노조 대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게 바로 그해였다.
김 위원장은 “공장이 어려울 때마다 선배 조합원들은 그대로 있고 만만한 후배 조합원들만 타 부서로 전출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고치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대의원 생활 6년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노조위원장 선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0년 12월 5대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김 위원장은 “파업에 매몰되지 말고 일단 공장의 생산 물량부터 확보하고 그 이후에 힘을 기르자고 했지만 다들 내 소신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르코리아 부산 공장은 완성차 업계 내에서도 강성 노조로 유명한 사업장이었다. 노조 4대 집행부부터 시작된 총파업은 새 집행부가 꾸려진 5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회사는 회사대로 3년 연속 직장 폐쇄와 기본급 동결로 맞서며 여러 차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수 년째 이어진 강성 투쟁이었지만 오히려 근로 환경은 나빠졌다. 지쳐가던 조합원이 그즈음 대안으로 김 위원장을 선택했고, 6번째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부산 공장 근로자가 가진 불안의 근원은 결국 르노코리아가 외국인 투자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언제든 업황이 불리해지면 재산을 매각하고, 심지어는 사업장까지 철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합원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강성 일변도로 몰아붙였다”고 분석했다.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그는 취임 이후 노사 상생의 분위기 속에서 이성적인 협상에 매달렸다. 지난 2월 회사와 노사 화합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그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선언문을 쓰자고 할 때도 ‘받는 거 없이 선언서를 썼다가는 발목을 잡힌다’며 대의원 반발이 심했지만 강행했다”며 “지금도 조합원 익명 단톡방에서는 온갖 음해를 받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파업 대신 협상으로 승리를 가져오라는 분위기였고, 나는 분명 그렇게 읽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역시도 무파업으로 방침을 세우고 협상에 들어갔다. 쟁의조정 조건이 됐지만 조정 신청도 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와의 마라톤 협상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4년 만에 성과급 인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임금 협상이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부진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공장부터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작은 회사가 또 파업을 하네’라는 소리를 듣는 건 우리 근로자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욕을 먹이는 행동”이라며 “노사가 상생하고 내수 물량을 끌어올리는 게 곧 고용을 지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