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유상 드론 배송 시작… 참치 어군 탐지로 확장" [Up! 부산 스타트업]
(주)해양드론기술
해군 헬기 조종사서 창업가로
최초 드론 배송사업자 면허받아
3년 동안 선박 등에 1000건 배달
원양어선서 헬기 대체재로 주목
코로나19 팬데믹은 외항선의 발도 꽁꽁 묶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부산항으로 들어온 외항선 선원은 육지에 내리지 못하고 묘박지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초로 드론 배송사업자 면허를 받은 (주)해양드론기술은 부산에서 코로나로 발이 묶인 선원에게 필요한 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으로 해상 배송 도전
해양드론기술 황의철(52) 대표는 해군 헬기 조종사로 20년을 복무했다. 이후 민간 항공사 R&D(연구개발) 센터에서 2년 정도 일하면서 드론의 세계에 눈을 떴다. “당시 민간 항공사에도 드론으로 어군을 탐지하는 TF(임시 조직)가 막 생겼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드론이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비쌌고, 사업화도 애매했죠. 그런데 항공사 퇴직 이후 원양어선사에 컨설팅을 해주면서 상황을 보니 드론으로 어군을 탐지할 수 있다면 헬기를 띄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한국해양대 출신인 황 대표는 2018년 모교로 돌아와 해양드론기술을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한창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던 도중, 황 대표는 부산 남외항 묘박지에 발이 묶인 외항사 선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항구에 배가 들어오면 선사에서 작은 통선을 마련해서 선원이 육지에 내려서 쇼핑도 하고 쉴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터지자 1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배 운항 자체가 2주 이상 중지될 수 있어서 선사가 통선 제공을 하지 않았고, 선원은 꼼짝없이 배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만약 육지에서 드론으로 필요한 물품을 선상에 보낼 수 있다면, 선원의 복지가 개선되고 사업적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드론 배송은 쉽지 않았다. 2020년 당시만 해도 드론 배송을 위한 규정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된 기관만 해도 국토교통부, 부산세관, 부산지방항공청, 국정원, 부산시 등 다양했다. 해양드론기술은 국토부의 문부터 두드렸다. 드론으로 해양으로 배송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외항선에 배송하는 물품은 면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배송 때 세관에 물품을 신고해야 하는 등 필수적인 절차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계 기관과 머리를 맞댔다.
■부산·여수서 이룬 드론 배송
1년의 협의 끝에 해양드론기술은 2021년 3월부터 유상 드론 배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 부산 남외항 묘박지에 정박 중인 외항선에 시범적으로 과자를 배송해 봤습니다. 한 번에 5kg까지 배송할 수 있는데 그때 과자만 3kg을 담아 보냈죠. 흔들리는 바다 위 선상에 배송하는 일은 육지에서 육지로 배송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지만 성공적으로 배송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배달 음식부터 전자 기기, 서류 배송 등 선원이나 선사가 요청하는 배송을 착실히 수행한다. ‘나라온’이라는 드론 배송 서비스 플랫폼도 개발해 손쉽게 배송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 부산에서 시작한 드론 배송은 지금 여수에서도 시작했고, 현재 울산에서도 드론 해상 배송을 위해 협의 중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배송한 건수는 약 1000건에 달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드론 배송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일종의 해양 버전의 ‘배달의 민족’으로, 배송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습니다. 지금은 드론이 해상으로 배송만 할 수 있고, 선상에서 육지로 물건을 실어 오는 것은 안 됩니다. 밀수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입니다. 부산이나 여수에 부지를 확보해 드론 배송 전문 스테이션을 만들고 그곳을 보세 구역화해서 해상으로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하고, 다시 물품을 실어서 육지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체계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해양드론기술은 해상 배송 실적을 인정받아 영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인 스카이포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창업 당시 2명에서 출발한 회사는 지금 드론 조종사 10명 등 1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헬기 대신 드론 띄워 효율화
해양드론기술은 창업 당시 꿈꿨던 일을 차근차근 실행 중이다. 부산테크노파크, 국토부 등과 드론으로 참치 어군을 탐지하는 실증을 시작했다. 특히, 국내 원양산업 기업 빅3 중 하나인 신라교역과 업무 협약을 맺고 실제 조업 때 헬기 대신 드론을 띄워 참치 어군을 탐지해 보는 실증에 한창이다. 지난 8~9월 남태평양에서 참치 조업을 하는 신라교역의 원양어선에서 실제로 폭이 3.2m가량 되는 드론을 띄웠다.
“헬기는 한번 뜨는데 기름값만 40만 원 정도입니다. 조종사 1명, 정비사 1명이 한 조를 이뤄 원양어선에 타는데, 헬기 조종사가 눈으로 참치 어군을 보고 무전으로 선장에게 어군을 알려주는 방식이었죠. 아무래도 사람이 타다 보니 아무리 조심해도 인명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드론을 띄우면 일단 안전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번에 드론을 띄워보니 선장이 직접 동영상을 보면서 조업 지시를 내릴 수 있어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해양드론기술은 실증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드론 참치 어군 탐지를 수익 모델로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해양 드론 배송은 새로운 운송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우리 말고도 드론 해양 배송 사업자가 더 많이 생겨서 판이 커지면 좋겠습니다.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선용품의 메카가 부산인 만큼 부산을 기점으로 여수, 인천 등 선용품 배송을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해양 드론 운용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