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산다”…고성 삼산초등 살리기 첫 삽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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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공공임대주택 내달 착공
전용면적 49㎡·84㎡ 10호 신축
고성군, 지역 기업체 취업 알선
도심 못지않은 교육환경도 조성
지역 소멸 위기 대응 해법 주목

고성군 삼산면 삼산초등학교. 부산일보DB 고성군 삼산면 삼산초등학교. 부산일보DB

농촌 고령화와 급속한 인구 유출로 폐교 위기에 처한 경남 고성군의 한 시골 초등학교 살리기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내달 첫 삽을 뜬다. 교육 당국과 지자체, 주민 그리고 공기업이 뭉쳐 도심 못지않은 양질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안정적 정착을 도울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지역 소멸 위기’ 대응의 또 다른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16일 고성군에 따르면 삼산면 삼산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작은 학교 살리기’의 마중물이 될 공공임대주택이 내달 착공한다.

삼산초등은 1931년 문을 연 공립학교로 올해까지 졸업생 3452명(88회)을 배출했다. 고성읍과 가까워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청장년 인구가 줄면서 재학생도 급감했다. 8월 기준 전체 학생 수는 21명(남자 14명, 여자 7명), 학급 수는 1~6학년을 합쳐 5개가 전부다. 교육청의 작은 학교 분류 기준인 60명의 절반 수준인 탓에 이대로는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불가피하다.

이에 지역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는 단순 교육시설이 아닌, 출생·인구·경제·마을공동체 형성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건 곧 마을과 지역이 사라지는 것이란 위기감도 컸다.

손을 맞잡은 군과 주민, 학교는 지난해 경남교육청 주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공모에 도전해 사업비 34억 4600만 원을 확보했다. 교육청과 도·군이 각각 5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억 4600만 원을 보탠다.

관건은 학생과 학부모 유입과 정착을 독려할 교육환경 조성과 의식주 해결이다. 이를 위해 LH가 신입생과 전학생 가정에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민간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해 완공하면 LH가 이를 사들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군은 정주여건 개선, 임대용 빈집 정비 지원 사업을 병행한다. 특히 도심에 비해 주변 생활 편의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귀농·귀촌 지원과 지역 기업체 취업 알선에 집중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무상 교육을 기본으로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체험·놀이 교실, 도예·다도, 학생·학부모 밴드 활동 등 특색 교육과정을 신설, 운영한다. 여기에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와 연계한 연중·저녁돌봄교실 그리고 병설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연계 진학도 지원하기로 했다.

고성 삼산초등학교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LH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부산일보DB 고성 삼산초등학교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LH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부산일보DB

그런데 첫 단추가 어긋나면서 1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임대주택 편입 대상 부지 6필지(3455㎡) 중 3필지가 미상속 상태라 매입이 여의찮았다. 민간사업자가 백기를 들자 고성군이 전면에 나섰다. 군은 필지별 대표를 선정해 상속‧매입 절차를 지원했다. 꼬박 3개월을 매달린 끝에 모든 토지 매매 계약을 완료해 지난 8월 건축허가까지 마쳤다.

임대주택은 군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면적 49㎡ 규모 2호와 관외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84㎡ 8호, 커뮤니티센터 1동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7월 입주할 수 있다. 군은 연말 희망자를 모집하고, 학교는 2024년 2학기부터 전학생을 받는다.

고성군 관계자는 “모두의 바람의 뜻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면서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 번잡한 도시의 큰 학교보다 시골의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도 많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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