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풍성해진 26회 요산김정한문학축전
21~28일 10여 개 행사 마련
고 김중하 평론가 추모 콘서트
‘김정한 문학과 정의’ 심포지엄
요산문학사 시상식 바로 이어져
부산대 희귀 도서전도 ‘눈길’
창작지원금 수여 뒤 폐막식
장강 낙동강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지난 14일 50여 명 시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요산 김정한 문학기행’ 행사가 열렸다. 호포역에서 출발해 모랫등~물금나루~황산공원~용화사에 이르는 답사지는 요산 작품에 나오는 낙동강 현장, 바로 그곳이다. 참가자들은 삽상한 가을빛과 바람 속에서 요산이 문학으로 보듬은 산하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단다. 2023 제26회 요산김정한문학축전이 시작된 것이다. 21~28일 10여 개 행사로 치러진다.
올해 슬로건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다. 문학은 항상 지금/여기에 대한 가감 없는 질문이고, 해명이며 실천이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학축전을 개막하는 21일은, 이른바 슬로건을 선포하는 날인 셈이다. 고유제(오전 11시)는 요산 김정한의 양산 신불산 공원묘소를 참배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라’를 새기는 개막 식전 행사다. 요산김정한 백일장(낮 12시)과 시상식(오후 5시)이 진행되면서 이날 3시에 문학축전 개막식과 개막공연이 열린다. 지금 여기의 문제와 ‘실천할 무엇’은 떨칠 수 없는 ‘문학과 우리 삶의 과제’라는 걸 되새길 거라고 한다.
26일 오후 2시 부산일보사 10층 소강당에서 열리는 요산 김정한 심포지엄의 주제는 ‘김정한 문학과 정의’다. ‘김정한 소설의 법과 정의’(발표 강진우·안동대, 토론 김옥선·경성대) ‘김정한 소설에 나타난 ‘권력’의 양상’(발표 김형중·조선대, 토론 박대현·동아대) ‘요산 문학을 통해 본 ‘지금-여기’의 생태 환경’(발표 양정임·동아대, 토론 이희원·부산대) 등 3개의 발제가 이뤄지고, 따로 3인(이헌수 서용태 정광모)이 참가하는 같은 주제의 라운드 테이블도 이어진다. ‘법과 정의’의 문제는, 권력의 칼이 교묘히 작동하는 양상을 보일 때 항상 당대의 가장 뜨거운 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을 김정한 문학의 창을 통해 통찰하려는 것이다.
심포지엄 이후 곧바로 26일 오후 5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는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심포지엄과 시상식을 바로 이어서 여는 것이 올해 축전의 한 특징이다.
25일 오후 6시 요산김정한문학관 강당에서 열리는 문학콘서트는 ‘고 김중하 평론가 추모 콘서트’다. 부산대 교수를 지낸 고인은 요산의 계승으로서, 부산문학의 한 단계 진전으로서 “요산 문학을 넘어서야 한다”는 충심의 문제제기를 했던 평론가이다. 그는 자리의 순번을 따지지 않고 요산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요산문학관 관장을 맡았는데 모두 ‘초대(初代)의 직책’이었다. 그는 개화기 소설 연구를 통해 우리 문학사의 단절을 넘어서려는 야심찬 기획을 꿈꾸었던 문학 연구자이기도 했다. ‘문인 김중하 다시, 만나다’란 이름으로 추모 동영상, 소개/대담(조갑상 오현석 문성수 김성환), 문장낭독(김광자 황은덕)이 진행되는데 출연자 중에 그의 아들도 들어 있다.
올해 가장 특징적인 행사의 하나는 23~27일 부산대 중앙도서관 1층에서 열리는 희귀 도서 전시회다. ‘경진 신정식 컬렉션-문학으로 식민지/조선을 읽다’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국내에 2~3권밖에 없는, 말로만 듣던 희귀 도서를 직접 볼 수 있다. 요산문화연구소에서 1년간 준비해왔다고 하며, 특히 부산대의 특별 후원으로 이번 전시를 연다고 한다.
28일은 문학축전 마무리 날이다. 요산김정한문학관에서 오후 5시 요산김정한 창작지원금 수여식이 열린다. 신호철 소설가와 박종인 시인이 수상자이며, 이어지는 폐막식에서는 이들이 각각 소설·시 낭독을 한다. 소설가 정인 문학축전 운영위원장은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의 깊이 속에서 요산문학 잔치를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