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생각해 실종 위장” “같이 죽으면 환생” 정유정의 궤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피해자 살아있다고 믿게 만드려 사체 유기 결심”
극단적 선택 시도 했으나 경찰 검거로 실패 주장
“경찰 조사 스트레스로 범행 동기 허위 진술”
조부 “피해자 가족 찾을 길 없어…사죄드린다”

지난 6월 정유정의 검찰 송치 모습. 부산일보DB 지난 6월 정유정의 검찰 송치 모습. 부산일보DB

과외 앱으로 알게 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 “피해 유족을 생각해 실종으로 꾸미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경찰 조사 때 스트레스로 허위 진술을 했다” 등 쉽게 수긍하기 힘든 주장을 늘어놨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6일 정유정 본인과 정유정과 함께 살던 할아버지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범행 동기를 묻자 정유정은 “같이 죽을 생각인 것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정유정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면 힘들게 시신을 훼손, 유기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 정유정은 “피해자 가족사진을 봤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면 슬퍼할 것 같아 실종으로 처리해 어딘가 살아있다고 믿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했던 건 중간에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정은 또 “(피해자와)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같이 죽어서 (제대로 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시신 훼손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할지도 계획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무서웠는데 꾹 참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살해해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하자, 정유정은 “경찰 조사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거 받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며 “그런 스트레스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유정은 피해자 사망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캔맥주와 병맥주를 여러 개 먹었다”며 “술에 취해 뚜렷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손에서 정유정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저항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피해자가 내 목을 졸랐고 안경도 떨어졌다”며 “그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중학생이던 정유정이 고교생이 되면서 물건을 던지는 등 이전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관할 구청 담당자가 우울증 검사를 권유했던 사실을 진술하면서 “우울증이 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고, 본인의 거부로 검사와 치료를 못 받아 (살인을) 미연에 방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잠을 못 잔다. 피해자 가족을 찾을 길이 없고, 경찰에 요청했는데 상대가 거부해 사죄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이 자리를 빌어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3번째 공판을 진행하고,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