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이 기획자 의도 뒤로 밀려나”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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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학 17번째 미술평론집
‘그 바깥에서의 다툼’ 북토크

지난 11일 부산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강선학 평론가의 신간 <그 바깥에서의 다툼> 북토크 모습. 오금아 기자 지난 11일 부산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강선학 평론가의 신간 <그 바깥에서의 다툼> 북토크 모습. 오금아 기자

“예술 작품도, 그에 대한 사유도, 하나의 바깥일 뿐 실재 그 자체일 수 없기에 끝없이 다툴 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언제나 바깥에 있다.”

강선학 평론가가 17번째 미술평론집 <그 바깥에서의 다툼>(뮤트스튜디오)를 펴냈다. 강 평론가는 이번 평론집이 2019년 <불의 우울>(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이후 ‘여기 부산’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전시와 작가, 미술 행사에 대한 비평적 기록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부산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제80회 사람을 꿈꾸는 책’에서 강 평론가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작가, 기획자, 문인 등이 참석한 북토크에서는 <그 바깥에서의 다툼>을 저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시간을 가졌다.

강 평론가는 평론집 제목의 ‘바깥’에 대해 “감각적 객체의 자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주전자 종류에 따라 소리도 다르고, 사람에 따라 그걸 느끼는 것도 다 다르다. 강 평론가는 “왜 물리적인 것만 객체라고 생각하느냐”며 “그걸 벗어나야 객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존재의 상실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는 테리 이글턴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그것이 바깥에서의 사유”라고 밝혔다.

강선학 <그 바깥에서의 다툼>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강선학 <그 바깥에서의 다툼>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이번 평론집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부산과 경남 지역 미술관의 전시 형태를 다뤘다. 강 평론가는 “요즘 전시 형태를 보면 미술관이나 기획자들이 작품이나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미학적 이념을 주어진 예산을 헤아리면서 구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만한 전시 공간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돈이 소모되고, 작가나 작품은 기획자의 의도 뒤로 밀려나 있다”고 비판했다. 미학적 성취나 시대적 질문보다 ‘시장적 소통’이 더 중요해지고, 관람객 수가 미술관 운영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 이런 흐름을 더 부추긴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강 평론가는 2부와 3부에는 본업인 현장에서 본 전시 비평이 실려 있다고 했다. 감성빈, 김성철, 박주현, 이상순, 정철교, 정수옥 등 부산권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부산·경남의 전시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2021년 서울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오종 작가의 개인전 전시 작품은 이번 책의 표지 이미지를 장식했다. 4부에는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학술세미나 ‘한국화의 재조명-변화와 전망’에서 거론된 삼원법에 대한 해석에 반론을 제기한 내용이 들어있다.

강 평론가는 마지막 5부에서는 부산미술에 대한 초기 비평담론을 발표한 이시우 선생과 김강석 선생에 대해 썼다고 했다. 여기서 그는 ‘김강석의 글이 300여 편이 있다’는 통설에 대해 “김강석이 자신의 공판인쇄물인 <부산의 중요미술요람>에 스스로 400여 편의 글이 있다고 한 사실을 밝혀 봤다’고 했다. 강 평론가는 “미술 작품은 부정적 정신”이라고 말했다. 예술은 없고 객쩍은 사념과 연출이 대중의 호응으로 호도 되고 소비로 난무하는 시대에 강 평론가는 책을 통해 ‘예술 작품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기를 희망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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