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일상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목소리 낸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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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폭행 등 5배 이상 증가
홈페이지·SNS 등 성명서 게재
예산 반영 따라 단체 행동 예고

지난달 부산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산시 사회복지사처우개선위원회’가 개최됐다.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 제공 지난달 부산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산시 사회복지사처우개선위원회’가 개최됐다.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 제공

속보=사회복지시설 이용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성추행 피해를 입는 등 위협에 노출된 사회복지사가 부산에서만 4년 사이 5배가량 증가(부산일보 9월 27일 자 8면 보도)하자 사회복지사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부산시가 처우개선 사업을 계속 외면할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부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출근이 두렵다. 자신이 맡은 장애인으로부터 위협을 당한 기억이 출근길마다 떠오르는 탓이다. 건장한 남성인 장애인 B 씨는 처음에는 자기 손등을 꼬집거나 깨무는 방식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끔은 벽이나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는 등 자해를 하기도 했다.

B 씨의 폭력적인 행동은 점차 강도가 세지고 빈번해졌다. B 씨는 A 씨의 손이나 팔을 피가 날 정도로 꼬집거나 강하게 잡아당겼다. 때로는 물건을 집어 던져 A 씨가 맞는 경우도 있었다. B 씨의 폭력적인 행동이 반복됐지만 A 씨는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하소연할 곳도 찾지 못했다.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이하 협회)는 “부산시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결과에 따라 부산 지역 사회복지사가 대거 참여하는 규탄대회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협회 회원증 소지자는 5만 9000명에 달하고 부산에서 활동 중인 사회복지사는 1만 40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 지역 사회복지계의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처우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협회는 홈페이지와 SNS 등에 성명서를 게시하고 부산시에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회복지공무원 폭행 사건, 연구 보고서 등에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최근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데 부산시는 2년 전 근거 조항을 만들고도 예산 부족을 핑계로 사업을 수행하지 않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지자체장이 ‘사회복지종사자 권익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회복지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폭력피해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종사자의 비율은 전체 중 28.5%로 대책 마련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며 “현행법에 규정된 처우개선위원회는 폭력피해 예방이나 인권 보호 등의 사항까지는 포함하고 있지 않아 종사자들의 권익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권익지원센터 운영 필요성을 인정했다. 현재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을 앞둔 상태다.

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사회복지종사자는 시민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돌보는 사람들이다. 부산의 경우 고령화 등으로 사회복지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미 전국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는 지원기관을 설치해 권익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현재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부산시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예산안 반영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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