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여론, 수도권과 ‘동조화’ 흐름… 총선 전망 ‘안갯속으로’
여당 등돌린 ‘PK 민심’
대통령 지지도, 부산·서울 비슷
여권,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PK 바닥 민심도 같을까 경계심
총선 전석 석권 장담 불투명 속
인물 경쟁력 중요한 변수로 부각
국힘 “친윤 공천 이미지 쇄신 관건”
민주 “할 만하다” 적극 대응 모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나란히 추락하면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총선 전망 역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특징을 보면 PK 여론이 수도권과 동조화를 보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지역 여야 모두 한층 정교한 총선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데도 지역 여권은 내년 총선 전석 석권을 호언해왔다. 오랜 고정관념인 ‘숨은 보수표’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PK가 수년 새 여야가 교차 승리하는 ‘스윙보터’로 변모했지만, 그 이전 오랜 기간 ‘보수 독점’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샤이 보수’가 투표장에서는 결국 ‘본색’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3년 전 4·15 총선 직전 한국갤럽 조사(13~14일, 1004명 대상)에서 당시 문재인 정권에 대한 PK 지역 국정 지지도는 긍정 56%·부정 37%로 서울과 똑같았고, 정당 지지율 역시 PK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9%·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28%(PK)를 기록했고 서울도 역시 민주당 36%·통합당 29%로, 두 지역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딴판이었다. 서울은 민주당이 압승한 반면 PK에서는 민주당이 3석을 잃었다.
반면 민주당의 대선 승리 직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선 전국적으로 절대 우세를 보이던 민주당이 PK에서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까지 싹쓸이하며 지방권력을 독점했다. 2021년 4월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선거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의 김영춘 후보가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에 머물렀으나 결과적으로 34%의 표를 받았다. PK의 숨은 표는 상황과 인물에 따라 때로는 보수에, 때로는 진보에 힘을 싣는 유동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주목할 점은 최근 PK 여론이 대구·경북(TK)과는 크게 다르고, 오히려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0∼12일, 1002명 대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8개 지역별로 보면 PK의 경우 긍정 37%·부정 49%로 긍정 33%·부정 58%를 보인 서울과 가장 비슷했다. TK는 긍정 58%·부정 34%였다.
여야 모두 PK 여론 향방을 제대로 점치기 어려운 상황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PK 여권은 이번에 여당의 참패로 끝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받아들면서 한층 예민해지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수치로만 인식했던 현 국정 운영에 대한 중도층 민심 이반이 실제 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과 비슷한 여론 흐름을 보이는 PK의 바닥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 여권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만 해도 지역 보수 지지층에서 ‘우리 대통령’이라는 정서적 일체감을 보였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애착도는 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라며 “여론조사 민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PK 총선은 인물 경쟁력과 지역 현안의 해결 여부 등의 변수에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K 국민의힘의 경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참신한 신진 인사를 등용해 존재감 없는 현역 의원 ‘물갈이’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친윤(친윤석열) 낙하산 공천 이미지를 불식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은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갈리긴 하지만 역대 PK 선거에서 인물론도 중요한 변수였다”며 쇄신 공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민주당은 “충분히 할 만한 선거라는 게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에서 확인됐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적극 대응 모드로 전환하려는 분위기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현역에 구청장 출신 후보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며 “수도권에 넘쳐나는 총선 자원들 중에 지역에서도 주목 받을만한 인사들을 일부 영입해 배치할 경우 민주당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으로서는 당면한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반면 이번 승리로 당내 친명(친이재명) 단일대오가 강화된 민주당의 경우, 당 지도부가 반대하는 산업은행 이전 등의 이슈에서 지역 민주당이 독자성을 갖지 못한 채 끌려다닐 경우 지역 총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