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킹크랩 가격 폭락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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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다. 소득은 별반 변화가 없는데, 자고 나면 오르는 생활물가 탓에 가족끼리 외식 한번 편하게 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정말 아닌 게 아니라 자장면, 삼겹살, 채소, 우유 등 먹거리는 물론 기름값, 공공요금 등 다른 물가까지 서민들의 삶을 옥죈다. 시장에 갈 때마다 상품에 붙은 가격표를 보기가 두렵다는 주부들의 말을 들을 때면 서민 가장들의 가슴은 짓눌린 듯 답답하기만 하다.

고물가 흐름이 이처럼 만성적인 현상으로 굳어지는 듯한 요즘, 대표적인 고급 식자재로 불리는 킹크랩이 국민들의 밥상 위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들여온 킹크랩 가격이 4년 만에 ㎏당 7만 원 안팎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3개월 전 12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넘게 급락했다. 한때 30만 원까지 가까이 치솟았던 한 마리(2.7㎏)의 가격도 최근엔 거의 절반 가까이 꺾였다고 한다. 요즘처럼 오르지 않는 게 없는 때에, 게다가 고급 식자재로 꼽히는 킹크랩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귀하신 몸’ 킹크랩의 시세가 급락한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원인이라고 한다.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이 전쟁 이후 러시아산 해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러시아 내 창고에 보관 중인 킹크랩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9월 첫 조업이 시작되면서 기존 물량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러시아가 이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확대로 해결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불행한 전쟁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발생한 일이 킹크랩의 가격 폭락이다. 이처럼 연유를 따지자면 그렇게 기꺼운 일만은 아니지만, 현재의 고공 행진하는 물가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한 킹크랩에 내심 구미가 당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다 또 올 연말부터는 국내의 호주산 쇠고기 가격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에서 큰 산불이 자주 발생해 소가 먹을 풀이 부족해지자, 업자들이 도축 물량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국의 불행에서 기인한 우연한 일이 우리의 고물가 상황에 잠깐의 틈을 내주는 셈인데, 세상일은 역시 참 얄궂다. 혹 킹크랩이나 호주산 쇠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긴다면 먹기 전에 잠시 이런 배경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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