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형 임대주택 사업' 특혜 의혹… 부산에 쏠리고 특정업자 집중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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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실행 건수 69.3% 부산에서
융자액 상위 10개 사도 모두 부산
중복 지원 제한 규정 부재 원인
대출 갈아타기 상품 전락 비판

사진은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융자형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이 부산 일부 민간업자를 위한 ‘대출 갈아타기’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 임대주택 제공자에게 1.5%의 ‘저리 융자’를 해주는 이 사업은 융자 건수 70%가 부산에 집중돼 그 배경에도 의혹이 인다.

1000억 원대 대출이 부산 특정 사업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토교통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융자형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 대출 실행 건수의 69.3%가 부산에 집중됐다고 18일 밝혔다.

융자형 임대주택 사업은 지어진 지 20년 이내의 주택을 민간 임대 사업자가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 시세의 85% 수준에 공급하면 사업자에게 1.5%의 저리로 정책자금을 융자해주는 금융 상품이다.

민간 임대사업자는 융자받은 자금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환, 임대보증금 반환, 주택 개량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첫 시행 이후 지난 8월까지 융자형 임대주택 사업은 전국적으로 1만 7286호가 시행됐다. 이 중 1만 1973호가 부산에 집중됐다.

또 경기도가 1508호, 제주 964호, 서울 598호, 충남 442호, 경남 398호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정책 자금이 특정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융자액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 사업자 모두 소재지가 부산이었고, 이들의 누적 융자액은 1205억 원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융자액이 가장 많은 법인 A는 213개 호실에 대해 총 170억 1500만 원을 받았다.

융자를 많이 받은 상위 20개 사업자의 경우 사실상 ‘동일인’도 있었다. 127억 원을 지원받은 상위 3번째 업체 C와 123억 원을 지원받은 상위 5번째 업체 E의 주소지가 동일했다.

126억 원을 지원받은 상위 4번째 개인사업자 D는 상위 7번째로 106억 원을 지원받은 G의 대표였다.

이처럼 특정인에게 정책 자금이 집중된 것은 정책 설계가 잘못돼 중복 지원 제한 규정이 없었던 탓이다.

이들은 모두 중소 민간업체에 적용되는 고금리보다 훨씬 저렴한 1.5%의 금리를 적용받아 큰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융자형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은 주거 취약 계층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정책 취지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 주택이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우선공급자에 임대된 비율은 2023년 8월 기준 전체의 38.3%에 불과했다.

물량이 쏠린 부산의 경우도 우선공급자 비율이 39.9%에 그쳤다. 결국 정책 자금이 특정 임대, 건설사업자의 자금 지원에 주로 활용된 셈이다.

이 사업이 부산의 특정 업체에 집중된 이유에 대해 관련 기관은 엇갈린 해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상품을 취급하는 우리은행 부산지점에서 영업이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우리은행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심사를 받고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중개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우리은행이 영업, 마케팅을 한 것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좋은 취지에서 설계된 사업이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정책의 수혜 대상이 뒤바뀌어버린 상황이 됐다”며 “국토부와 부동산원이 해당 사업이 중소 건설사들의 대출 갈아타기용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속하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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