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시 해우소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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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解憂所)는 근심을 푸는 곳이다. 사찰에서 뒷간을 달리 일컫는 말이다. 재래식 변소가 풍기는 혐오감을 씻어 내고 친근한 공간으로 승화시킨 불교적 작명이다. 절집은 대개 주택 현관이나 다름없는 일주문 부근에 대형 화장실을 배치해 불자 등 외부인이 손쉽게 이용하도록 배려한다. 공중화장실인 셈이다.

도시에서 길을 가다 대소변이 마려운 건 일상에서 흔한 일이다. 갑자기 복통이나 설사를 동반한 큰 볼일이 생겨 참기 어려운 경우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시쳇말로 ‘급똥’의 고통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는 누구나 한두 번쯤 겪어 봤을 정말 난처한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다급한 순간의 근심을 일소해 주는 게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이다. 부산에 이 시설은 3100여 곳이나 된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국가, 지자체가 국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공중화장실을 설치·관리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공공기관 등의 화장실 일부를 외부에 개방해 운영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아랫배의 시도 때도 없는 비상신호에 시달리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공중·개방화장실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고마울 테다. 도로를 누비는 택시 운전사와 야근이 많은 대리운전 기사는 두 가지 화장실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직업이다. 이들 중 화장실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 요로 감염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온종일 운전하느라 용변을 해결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공공장소와 관공서, 도시철도 역사 주변이 아니면 다중이용 화장실을 빨리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마음 놓고 주차할 만한 화장실도 드문 실정이다.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쓰고 뒤처리에 소홀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개방을 꺼리거나 야간엔 문을 잠그는 곳마저 늘고 있다.

동구 좌천동 충장대로 변에 자리한 부산해양수산청의 편의 제공은 택시업계에 칭송이 자자하다. 밤에도 청사 정문을 활짝 열어 놓고 택시기사에게 수위실 화장실과 정수기, 신문이 구비된 본관 1층 사용을 허용해서다. 이같이 언제나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공중·개방화장실 위치 등의 정보를 담은 모바일 앱이 출시를 앞둬 관심이 쏠린다. 부산·울산·경남 여성 대리기사 모임인 카부기상호공제회는 오는 23일 ‘한밤의 해우소’란 앱을 내놓는다. 자신들이 체험한 곤경을 반영하고 상시 개방된 곳을 알려 주는 만큼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듯하다. 행정당국의 공중·개방화장실 홍보 활성화와 함께 청결하고도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화장실 문화가 요구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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