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비인간 주체적 기술 진화의 미래적 상상
■ 오주영 ‘유조키움센터’
‘2023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첫 연례전이다. 자연과 환경이라는 동시대적 문제에 대해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고 의식과 영감을 상승시켜 주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 경계의 만남과 확장을 통한 다학제적 연구와 창작의 과정으로 구현되는 작가들의 창작물을 통해, 관람객에게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고찰을 나누기 위한 전시이다. 전시는 만약 인공지능, 메타버스, 자율주행, 드론과 로봇 등 최첨단의 기술과 생산품의 주체가 인간이 아닐 때 과연 자연환경 속에서 그 기술은 어떤 의미와 가치가 될 수 있는지, 어떠한 모습으로 융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프로젝트 ‘유조키움센터’는 아주 흥미로운 미래적 상상을 제안한다. ‘유조키움센터’는 어린 새를 돌보는 기관을 의미한다. 이 거대한 가상의 미래 인큐베이터 공간에서 인공지능으로 학습하고 반응하는 로봇 ‘황조롱이 드론’이 돌봄새가 되어 어린 새를 보육하고, 인간과 기술이 합심해 자연을 키우고 돌보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전시장이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하는 을숙도의 낙동강 하구 모래톱 주위 쇠제비갈매기 둥지를 모티브로 한다. 인간 중심적 기술이 아닌 지구 위 다양한 생명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희망적 기술 문명 진화에 대한 흥미로운 기대감을 선사하는 듯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주체적 해석일 수밖에 없으며, ‘어린 새’로 대변되는 지구 위 모든 비인간 생명체에게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공포일 수 있다는 섬뜩한 물음을 되돌려 준다.
참여 작가 오주영(1991~)은 리서치 기반 예술가이다. 그는 게임, 인공지능 챗봇 등 인터렉티브 기술을 활용한 설치, 영상, 사진 등을 통해 온라인 가상환경, NFT, AI, 생체모방 드론 등으로 대표되는 현시대의 기술에 주목한다. 기술의 저변에서 배제되거나 숨겨진 이들의 서사, 장치, 배경을 드러내는 작품을 여러 매체를 이용해 드러낸다. 또한 기술적 환상 뒤에 숨겨진 인프라스트럭쳐, 역사와 가치를 질문하고 그 중립지대에 드리워진 인간 중심적 한계를 드러낸다. 2020년에는 서울문화재단 AMGO 사업, 신진 다원예술, 다빈치프로젝트 우수사업에 선정되었으며, 비평지 ‘Neural.it’에 소개됐다. 2017년 영국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대전아티언스가 주최한 ‘Art+Science-Collide’에서 작품 ‘Aging Brain’으로 최우수상,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열린 BR41N.IO에서 ‘IEEE BRAIN WINNER’(1위)를 수상했다. 또 2022년 A.MAZE 베를린 국제아트게임 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