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시설? 그게 뭐꼬”… 주민 위한 시설에 정작 주민 목소리는 반영 안 돼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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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볕 들 날']

부산연구원 500명 설문조사 결과
주민 의견 배제로 시설 동력 잃어
경제효과도 5점 만점에 3점 불과

사진은 부산 서구 산복도로 마을 거점시설 '산복정거장'. 연합뉴스 사진은 부산 서구 산복도로 마을 거점시설 '산복정거장'. 연합뉴스

마을 공동체의 ‘산실’로 불린 산복도로 거점시설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저조한 주민 참여와 낮은 접근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1년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평가를 통한 부산형 도시재생 방향 설정’ 보고서에 따르면, 산복도로 르네상스에 대한 주민 500명 설문조사 결과 18개의 항목 중 ‘주민 의견 반영 정도’는 5점 만점에 3.17점으로 두 번째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3.04점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한 ‘도시재생사업의 경제적 효과’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주민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정작 주민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뜻이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한 주민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의견으로 “처음에는 주민 의견이 반영되었으나 갈수록 장사하는 외지인들의 의견 반영이 늘어났다”며 “지역 주민의 참여가 우선되는 방향으로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주민 의견이 소외되면서 발생한 대표적 부작용이 거점 시설의 외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점시설 이용경험’을 묻는 문항에서는 세 번째로 낮은 3.24점이 나와 마찬가지로 낮은 점수가 측정됐다. 거점 시설이 주로 관광객이나 마을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면서 주민들이 들락거릴 수 있는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에도 거점 시설에 대해 ‘다양한 주민들이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주민 편의공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낮은 접근성도 원인 중 하나다. 산복도로는 무허가 건물이 많고 국공유지가 적어 거점 시설 용지 확보가 어려운 공간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토지 확보가 쉬운 위치에 거점 시설을 조성하곤 했는데, 정작 고령층으로 거동이 불편한 산복도로 주민은 거점 시설을 찾지 않게 됐다.

부산 중구 대청동 ‘금수현의 음악살롱’은 중구청과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보수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인근 주민들도 거점 시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 수백미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해 접근이 어렵다. 주민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끊기게 됐다.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거점시설마저 가장 손쉬운 매점 형태로 쏠려 결국 천편일률적인 커피숍이나 기념품 가게가 산복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거점시설이 주민들의 주도하에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거점시설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운영 현황을 토대로 수익성이 있는 거점시설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기존 거점 시설은 설립 이후 길게는 10년이 지나면서 수익성 악화, 시설 노후화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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